단편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또 하릴없이 단편을 끄적여보는 사람이기도 한 저는 가끔 좋은 단편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곤 합니다.
짧은 이야기인데 얼마나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을까.. 감동과 스릴과 뒷덜미를 서늘하게 하는 짜릿함을 넣어보겠다고 만들어놓은 이야기를 줄이고 자르고 뜯어내서 글자수를 줄여보기도 했지요.
클랜시 김준영 작가님의 ‘트로피키드’를 읽어보니 그런 생각들이 조금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작가님의 중편을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제 모난 머리속에 부드럽게 들어오는 글들이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단편은 또 얼마나 재미있게 쓰셨을까’ 하는 마음으로 읽었는데, 그냥 재미있는 글 이상의 무언가가 있네요.
단편이란 물론 분량이 적은 이야기지만, 사실 그 안에 담을 수 있는 것들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300매가 넘는 장편에 담을 수 있는 이야기를 30매에 풀어놓으실 수 있는 것, 그것이 작가의 힘이고 이야기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씀드렸듯이 이 이야기에는 정말 많은 것이 담겨 있습니다. 끝없는 경쟁속에 노력의 가치를 잃어버린 한 소년의 이야기가 있고, 1등만을 원하는 부모의 압박에 힘겨워하면서도 결국 바라는 건 엄마가 찍어주는 사진 한 장이라는 슬픈 결말이 있습니다.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1년전 작은 실수로 1등을 놓친 후 아이가 받았을 상실감과 좌절,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읽는 동안 고스란히 전해져옵니다.
그리고 그 감정들은 글을 다 읽고 나서도 잔상처럼 남아서 원래 있었거나 아니면 새로운 것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단편에서 정말로 단편적인 것들만 기대하던 제게는 참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단편을 단편답게 읽는 재미를 가르쳐준 아주 재미있는 글이었습니다. 브릿G의 독자분들도 읽어보시고 좋은 단편의 묘미를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