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을 독자의 머리속에 깊게 각인시키는 호러 장인의 짧고 강한 이야기 감상

대상작품: 층간소음 (작가: 엄성용, 작품정보)
리뷰어: 태윤, 20년 9월, 조회 96

이 작품을 쓰신 엄성용 작가님은 이미 많은 브릿G의 독자분들이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만, 다양한 스타일의 재미있는 호러 소설을 여러 편 쓰셨고, 수상 경력도 많으신 분입니다.

신작을 볼 때마다 ‘글로 어떻게 이런 느낌을 주시는 걸까’하는 놀라움과 감탄의 시간을 갖게 해주시는데, 이번 작품 또한 짧은 내용 속에 묵직한 한방을 담으셨더군요.

50매가 안 되는 짧은 이야기입니다. 호러물에서 분위기를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은 분량이기에 보통 이 정도 분량의 엽편은 많은 걸 생략하고 바로 독자의 뒷통수를 저격하는 반전 위주의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이해하면 무서운 이야기’나 괴담류의 작품들이 대표적인 예가 되겠네요.

이 작품도 독자들을 겁주기 위한 이런저런 소소한 장치들 없이 바로 심장을 향해 강하게 내지릅니다. 그런데 그 한방이 너무 강력해서 혹시나 하다가 다 읽고나면 ‘역시나!’를 외치게 되는 서늘한 만족감을 줍니다.

작가님은 작품마다 ‘공포감을 주는 방식’에 변화를 추구하시는 것 같습니다. 예전의 한 작품에서는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너라면 어떨 것 같아?’하고 상상하게 하는 공포를 안겨주셨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나도 모르게 작가님이 글로 표현해놓으신 장면을 머리 속에 떠올리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분명 글의 형태로 머리속에 들어왔는데, 왜 머리속에선 혼자 있는 아파트의 스산한 전경이 그려지는 건지… 오랜 시간 훌륭한 호러물을 써 오신 작가님의 관록과 쉼없는 노력이 느껴지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장르가 마찬가지겠지만 호러 장르에서 신선함을 찾는다는 게 쉽지 않은 요즘입니다. 그래도 많은 작가님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전에 없던 형식을 만들어내시면서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시죠.

엄 성용 작가님은 ‘다른 건 잘 모르겠고 일단 무섭게 해드리겠습니다’라고 하시는 것처럼 공포물의 기본에 가장 충실한 답을 가지고 독자분들을 만나고 계신 것처럼 보입니다.

호러를 사랑하는 독자분들에게 그 이상 무엇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이 작품은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고 강하게 무섭습니다.

공포 그 자체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적극 추천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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