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대신 악습 죽이기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이름 죽이기 (작가: 노 랑, 작품정보)
리뷰어: 무조건건강하게, 20년 8월, 조회 83

지구와 먼 어느 행성, 잠자리 별이라고 불리는 곳에는 이상한 관습이 있습니다.
이 별의 토착민인 ‘고 두라’는 하나의 이름을 한 사람만이 물려받아 죽을 때까지
사용합니다. 죽은 사람의 이름은 ‘이름 죽이기’라는 의식을 통해 이름을 새로
받아야 할 아이들에게 물려주는데 이전에 이름을 사용하던 사람의 성격이나
행실이 그 이름을 다시 쓰는 사람에게 이어 내려온다는 믿음이 있어요.

실제로는 이름을 내려받는다고 성격이 바뀌거나 하진 않습니다.
그렇게 믿고 어떤 이름을 받느냐에 따라 그를 대하는 주변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지는 거지요. 예전 그 이름 쓰던 사람이 살인자라면 물려받은 아이도
살인자의 성격을 갖게 되고 사기꾼이라면 사기꾼의 성격을 갖게 된다고
믿고 가족과 주변에서 그를 사회에서 밀어내고 배제합니다.
반대로 물려받은 이름이 사람들을 구한 영웅 이름이라면 그 성격과 행실을
물려받았다고 자랑스러워하며 우대하겠지요.

‘이름 죽이기’ 의식에서 아이들에게 이름이 배정되는 방법은 무작위이고 이름을
처음 썼던 사람의 성격만이 내려져온다니 이 무슨 말도 안되고 불공평한 관습
인지 모르겠어요. 나쁜 자리를 제비뽑기로 뽑는 것도 아닐텐데요.
전통으로 퉁치고 있지만 이름을 구실로 선택된 사람을 제물화하는 악습입니다.

지구인인 수아는 평화로운 지구에서 아무런 불편없이 살다가 그런 생활에 지루함과
불만을 가지고 지구를 벗어나 먼 행성인 잠자리 별에 정착한 터라 이 모습이 생경하고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완벽하게 살균된 인큐베이터 안에서 고통과 슬픔 없이 살아갈
수 있을때 보통 사람은 현실에 안주해서 살아가지만 자신을 별종이라 생각한 수아는
안식처에서 벗어나 모르는 세상을 찾아보고 경험하기 위해 그곳으로 갈 만큼 과감하며
열린 마음을 갖고 있고 고 두라의 인습에서도 자유로워 외부인의 시선에서 그들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그런 그이기에 래비옹이 일생에 거쳐 느낀 체념과 PTSD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어도
토착민들 삶의 표면에서 이루어진 평화에 거부감을 갖고 가장 가까운 이를 보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지워진 부당한 책임을 불합리하다고 동정하며 손을 내밀 수 있는 거겠지요.
타모타에게 내민 손이 래비옹에게도 구원이 될 수 있고 형벌 같은 이름을 받은 다른
고 두라들에게도 위안이 되어 나쁜 관습을 타파할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요.

셋이 지구로 떠났을 수도 있지만 수아는 지구의 과보호 안에서 자랐어도 과감한 사람이라
잠자리 별에 남아 래비옹과 함께 타모타를 키우면서 위안을 받고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면서
씩씩하게 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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