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적 없는 미래의 세계들에 대한 근원적 노스탤지어 감상

대상작품: 고양이와 엘리베이터(작은 상 탐)[문장 소설집] – 2001 (작가: 니그라토, 작품정보)
리뷰어: Campfire, 1일 전, 조회 26

예전에 브릿지에도 올라온 적 있는 작품인데, 이번에 다시 올라왔길래 이참에 재독했다. 자잘한 재독을 제외하고 세보자면 나는 크게 이 작품을 10년의 세월에 거쳐 3번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이상할 정도로 좋아서 작품에 매료되었고, 두 번째 읽을 때는 처음 읽었을 때 내가 왜 그렇게 좋아했지? 라는 의문을 느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읽었을 때 느낀 것은, 다시금 이건 확실히 대단한 작품이라는 실감이었다.

냉동 상태에서 깨어난 주인공은 친척들의 연이은 죽음으로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고, 세상과의 접촉을 끊은 채 요트에서 은둔한다. 그는 인공섬의 숲을 관찰하다가 유전자 변형으로 고양이의 형상을 지닌 미성년자 르시를 발견해 보호를 명분으로 입양한다. 친부에게 성적착취를 당한 과거를 지닌 르시는 주인공의 보호 아래 놓이지만, 보호는 곧 소유와 통제로 변질된다. 르시는 탈출하지만, 친부가 보낸 사냥꾼들에게 쫓겨 다시 주인공에게 연락한다. 구원과 애증이 중첩된 두 사람의 관계는 우선 소설의 결말에선 재회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이대로 관계가 매듭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또 도망치고 포획되는 순환이 그려지는 위태로운 결합이다.

만약 이 작품의 좋은 점을 다른 이에게 ‘이해’시키려 한다면 그것은 다른 작품에 비해서 더 지난한 일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오히려 몇몇 지뢰 키워드 때문에 거부감을 먼저 안겨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우선 변호하자면 작품은 그런 요소들을 섣불리 자극적으로 소비하려 들지 않는다.

이 작품은, 다른 독자에겐 어떨지 몰라도, 나에게는 2000년대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자극한다. 그러니까 그것이 내가 이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다. 더 정확히는 그 시기에 나왔던 일군의 일본 SF작품 특유의 냉소적이고 달관한 분위기로 그려내는 인구밀도가 낮은 근미래에 나는 향수를 느낀다. 신체개조와 궤도 엘리베이터 같은 과학기술이 당연시 되면서도 전체적으론 목가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정서가 양립하는 그 세계들을. 그래서 나는 이 한 작품만을 읽을 때도 이를테면 엔도 히로키의 <EDEN>이나, 토비 히로타카가 창조한 <폐원의 천사>의 정적인 탐미주의의 정취를 함께 체험한다. 세 작품의 구체적인 줄거리와는 상관없이, 어쩐지 그 당시의 작품들만이 공유하는 재현되지 않는 특유의 분위기가 공명하며 중층적이고 풍성한 세계감世界感을 형성한다.

나는 이 감각에 대해 이동진 평론가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남긴 유명한 단평 만큼의 임팩트 있는 설명은 알지 못 한다. 그래서 그 단평을 이 작품에 맞게 비틀어 보자면 이렇다.

제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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