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하라, 너의 주변인은 편해질 것이다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내가 모르는 것들 (작가: 쁘렝땅, 작품정보)
리뷰어: 코코아드림, 20년 8월, 조회 53

*본 리뷰는 ‘내가 모르는 것들’의 일부 스포일러와 개인적 견해가 포함되어 있으며, 해당 리뷰 내 견해는 개인적인 감상에 기반함을 알리는 바입니다.

 

조니 올린다는 착한 인물 이었습니다. 또래 아이들에 비해 솔직하고 마음이 여렸으며 자신이 맞고 와도 때린 사람을 원망하지 않는 심성의 소유자였습니다. 어른들에게 삭삭하고 눈치가 빨랐으며 친구들 사이에서는 잘난체 하지 않고 겸손한 것으로 인기도 많았습니다. 나이를 더 먹었을 즈음에는 명문대에 들어가 대기업에 입사했으며 자신이 일하는 계통에서는 유명한 여자와 결혼까지 했습니다. 회사에서도 유머 감각이 특출났고 일도 잘해 모두의 존경과 신임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그렇게 그는 모두에게 사랑받았습니다. 얼마 뒤 갑작스럽게 실종되었습니다. 이후 2년 쯤 지난 뒤 백골의 시신으로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아내의 곁에 돌아왔습니다.

우리가 이 글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조니 올린다’라는 사람에 대한 정보가 굉장히 단편적으로, 그것도 긍정적인 내용으로만 주어진다는 점입니다. 작중 등장하는 가족과 친척, 아내와 동료들, 그리고 친구들은 조니에 대해 이야기할 때 칭찬만을 늘어놓습니다. 물론 조니가 실제로도 좋은 사람이었으니 그랬을 확률도 존재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살면서 정말로 화도 한번 안 내고 모든 것에 자애로운 인간인가?’ 라는 의문 역시 존재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니는 스스로의 감정을 외면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처음부터 선한 심성이었던 것은 맞지만 주변의 상황을 보고서 자신을 가족이, 친구가, 사회가 요구하는 착한 인간의 틀에 끼워 넣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조니가 자신을 ‘착한 인간’의 틀에 끼워넣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다만 짐작해볼 수 있는 부분은 존재합니다.

“조니는 다정다감하고 착한 아이였죠. 더는 표현할 길이 없네요. 항상 부모보다 앞서 갔어요. 부모가 원하는게 뭔지 아는듯 했죠. (…) 저는 크리스 앞에 쪼그리고 앉아 설명했어요. 아빠는 그걸 살 만큼 여유가 없다고. 조금 싼 걸 사자고. 하지만 크리스는 그게 아니면 안된다고 울고불고 떼를 썼죠. (…) 그런데 조니는 그런 형의 모습을 보더니 제일 싼 글러브를 들고 와서는 제 앞에 보여주더군요. 어쩌면 우연의 일치이거나 아무 글러브였어도 마음에 들어 했을지도 모르지만 저는 그때 큰 감동을 받았죠.”

아들이 원하는 글러브 하나에도 가격을 보고 안된다며 설득해야 했던 아버지를 보며 조니는 ‘자신이라도 아버지의 부담을 덜어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형의 글러브보다 더 싼 글러브를 고르고 설탕을 실수로 엎지른 뒤 자신이 혼날 것 대신 부모의 수고가 더 걱정되어 우는 ‘기이할 정도로 철이 든’ 아이가 되었을 것입니다. 부모가, 그리고 형이 아이의 기이한 성숙함을 의심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가족들은 그 누구도 아이의 성숙함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았을까요? 왜냐면 가족의 입장에서는 시간이 흐를 수록 그 성숙함이 ‘내가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잘 할 거라는’ 편리함이자 당연함이 되었을 것입니다. 아이를 키우는데 필요한 훈육의 시간이 줄어들 수록 부모는 자신이 신경을 써야 할 다른 일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으니 짐을 덜어낸 것 같은 심정을 느끼게 됩니다. 이는 형제도, 친구도, 아내도 마찬가지인 사항입니다. 인간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마찰이 줄어들 수록 그 사람을 더 편하게 느끼게 되고 그 편한 사람이 조니인 것입니다.

하지만 조니는 과연 그 관계에서 편했을까요? 우리는 조니가 어떠한 감정을 느꼈는지 알지 못합니다. 글 내에서는 그의 주변인 이야기만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짐작해보건데, 겉으로는 좋은 사람이었을지라도 속은 곪았을 확률이 높습니다. 남에게 한도 없이 친절했다는 것은 불편과 무례마저 관용과 자신의 감정에 대한 외면으로 넘겼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그 외면으로 인해 어쨌든 주변인들은 편했으며, 조니는 착하고 유머있으며 모두에게 인기있는 남자가 되는데 성공합니다. 그러나 결국 어느 순간 감정을 외면하기 힘든 시점에 도달했을테고 버티는 것을 포기해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렀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주변인들은 이러한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이는 곧 조니가 죽음을 결심하는 그 순간까지도 끝내 감정을 직시하는 대신 주변인들에게는 늘 그랬든 감정을 외면한 모습만을 보였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늘 그래왔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한 것입니다. 결국 조니는 마지막까지 모두에게 편한 사람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어찌되었건, 그의 삶은 그의 속이 얼마나 곪았는지 누구도 알지 못하게 된 결말로 맺음하게 되었습니다. 당사자를 제외한 모두에게 조니는 참으로 편하고 착한 사람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그 누구도 그의 속내가 어땠을지 생각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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