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 버튼을 누르자 화면이 떠올랐어요.
나기 작가님의<우산을 빌려주시겠어요?>를 읽고 어릴 적 기억이 스멀스멀 떠오릅니다.
문방구에서 손바닥만한 호러소설 잡지를 사서 설레는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 밤에 미친 듯이 읽어내리다가 소름이 끼쳐 잠을 설친 추억을 말입니다.
저는 호러물에 대해 잘 모르지만, 좋아합니다. 정말 재미있는 호러물은 가슴을 옥죄는 듯한 스릴과 함께 내가 안고 있었던 번뇌를 벗어던지게끔 합니다. 나기 작가님의 작품도 그렇습니다.
‘비가 오는 날 오피스텔에 들어와서 사람의 영혼을 앗아가는 귀신’이라는 흔한 소재를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비’, ‘우산’과 ‘자취방’이라는 소재로 잘 녹여냈습니다. 제가 이 소설을 읽을 때는 산간지역인 저희 집에 안개가 잔뜩 끼었을 때라 온몸에 닭살이 돋을 정도로 무서웠습니다. 그만큼 공감이 쉬운 글이었습니다.
그래서 저 귀신의 정체는 뭘까? 결말은? 뻔히 짐작하면서도 계속 페이지를 내린 끝에 안도했습니다. 나는 이제 이 우산 귀신의 저주에서 벗어난 것 아닐까?
그 순간, 저는 빨려들듯 우리집 대문과 안개가 낀 창문에 번갈아 시선을 보냈고, 불현듯 엄청난 두려움에 사로잡히며 생각했습니다.
좋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