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직원인 은우는 야간 당직 중 지구대 경찰들을 통해 정부가 모두 포획했다고
공식 발표한 좀비 바이러스 감염자를 인계받습니다. 바이러스 사태가 종식된 지
십 년 가까이 되어 감염자 업무를 실제로 맡을 일이 없던 직원들은 어딘가에서
나타난 감염자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해하지요.
사태 도중 감염자들이 갑자기 공격성을 잃어버려서 사람을 습격해 감염을 늘리는
일은 없어졌지만, 보균자들을 계속해서 방치할 수 없었던 정부는 모두 존엄사 시켜
감염자를 처리해 버렸는데 그렇게 모두 없애버렸다고 생각한 감염자가 어디선가에서
갑자기 뿅~하고 나타난 겁니다.
그렇게 국민의 안녕과 국가와 세계의 존망을 뒤엎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바이러스
감염자가 다시 나타났을때 국가 관리와 공무원들이 한 일은
정부가 무능력해 보이지 않도록 감염자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숨기는 것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들이 존재하는 가상 세계 한국에서 일어난
이야기이지만 지금처럼 위험한 전염병 바이러스의 감염이 급증하는 이때 작품 속
사건과 비슷한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어 더욱 실감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정부 권력이 국민보다 정권을 위해 움직이는 일은 계속 있어 왔지만 지금 겪고 있는
바이러스 감염 사태에 있어 정직하게 최선을 다해 방역해야 할 정부들이 오히려 사건을
은폐하고 감염을 넓히는 모습을 현재진행형으로 보게 될 줄은 1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어요. 이게 저들의 본 모습인가 싶을 정도입니다.
창작은 상상력으로 만들어지고 상상력은 현실과 경험 안에 제한된다고 하는데요.
놀랍고 떠들썩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이런 소설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다니!’라고
사람들은 경악하지만 그런 ‘소설’이 이미 있다는 건 누군가가 충분히 있을만하다고
생각해서 만든 픽션이라는 점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에게 닥친 위험을 사욕과 체면 때문에 외면하고 은폐한다면 돌아오게 될
답은 이미 정해져 있고 앞으로 많은 희생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맺음 되는 이야기를
보며 우리가 사는 지금 그리고 앞으로 많은 사람이 힘들게 지내다 희생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요즘 이 작품을 자주 떠올리게 되네요.
모두들 많이 힘드시겠지만 잘 이겨내시고 이 시기가 하루빨리 피해 없이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고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