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태어나 살아가다보면 누구나 얽매이는 게 있기 마련입니다.
태어나 살아가다보면 누군가의 자식으로 얽매이고 학교에 다니면 학생이란 이름으로 얽매이고
사회에 나가면 어딘가의 소속이 되어 그 자리에 연연하며 얽매이고…
누구나 그 답답한 지점에 멈춰서서 이따금 해방을 꿈꾸지만 살아가며 쌓아온 것이 많을수록 해방은 어렵습니다.
그 얽매임은 결박, 사슬 등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우는데 여기에서는 사슬로 통칭되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삶은 자신이 원한 바가 아니니 당연히 벗어나고 싶어하는데 쉽지 않고
그렇다고 얽매인 부분이 살아가며 해소될 것도 아니란 점에서 참으로 절망스러운 부분입니다.
그럼 어떻게든 자신의 의지로 벗어나면 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사람이 익숙해진다는 것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라 무기력은 학습되며 시간이 지나면 심리적으로 선을 긋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코끼리를 어릴 때부터 묶은 작은 사슬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그러고보니 이것도 사슬…)
어찌보면 몇 번에 걸친 유산 또한 이런 환경에서 ‘자신의’ 아이를 키울 수 없다고 여긴 심리가 반영된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살아가며 내내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주인공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희미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
이 체험에서 첫 강간은 자신이 속아 결혼한 사실에,
그리고 목에 사슬이 묶이고 내내 학대당하는 것은 가족이란 이름 아래 얽매여야 하는 자신의 처지에 대응되며
같이 살아가는 아이는 자신이 가질 수 있었던, 혹은 가질 아이에 대응됩니다.
주인공은 자신에게 주어지는 학대에 이전과 같이 적응하며 포기하지만
같이 살아가던 아이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학대당하고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노출된 순간
더 이상 참지 못합니다. 결국 죽을 각오로 맞서싸우고 풀려나지만…
다시 돌아온 현실은 잠시 주인공을 향해 희미하게 웃어보이지만
그대로 남아있던 현실은 다시금 주인공을 압박합니다.
주인공은 이내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 있던 그 사실이 지금의 자신과 다를 바가 없음을 절감하고
당시의 사슬이 보이지 않는 형태로 여전히 자신을 구속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주인공은 비몽사몽간의 경험을 되살려 자신을 목조이는 현실에서 탈출하려 노력하고 또 일정 성과도 얻지만
이내 자신이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다시금 갇혀가게 됩니다.
마지막 찾아오는 손님은 아마도 그 현실에 머무를 때의 결말을 암시하는 것이겠지요.
현실의 무력감은 더해져가는데 주인공은 과연 어떤 결말을 선택하게 될까요.
글을 읽으며 현실과 환상의 대응이 잘 맞아떨어지게끔 배치하셨고
그러면서도 단순히 환상의 경험이 현실에 용기를 주어 모든 것을 단번에 해결하는 결말이 아닌
지금과 같은 결말로 맺음하신 부분이 여운과 생각할 점을 주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다음 글을 쓰실지 모르겠지만, 다음 글 또한 기대되는 글이었습니다.
이후 작품에서도 건필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