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레인 브로튼의 활약은 계속된다.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8백만분의 일 (작가: 오메르타, 작품정보)
리뷰어: 잭와일드, 20년 7월, 조회 68

일전에 오메르타 작가의 <토탈 이클립스>를 읽었었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세상의 종말 속에서 두 연인이 그들만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이야기였다. 소설은 세상의 끝을 다루고 있지만 분위기는 결코 절망적이지 않았는데, 이는 등장인물의 귀엽고 통통 튀는 성격과 두 연인에서 뿜어져 나오는 케미때문이었다. 극중에 등장하는 연인은 자신은 <매드맥스>의 ‘퓨리오사’ 타입이 아닌 <아토믹 블론드>의 ‘로레인 브로튼’ 타입임을 밝히고 있는 스타일리쉬한 형사 혜인과 보험회사에 근무하는 그녀의 애인 지수다. <토탈 이클립스>가 연작이 아닌 단편소설이었기 때문에 소설의 분위기를 시종일관 유쾌하고 사랑스럽게 만드는 두 캐릭터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웠는데 두 캐릭터는 다른 작품에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는 작가님의 반가운 댓글을 보고 다른 작품을 찾아보던 중 본 작품 <8백만분의 일>을 만나게 되었다.

<8백만분의 일>에서는 지수는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고 보험사에 다니는 애인으로만 간접적으로만 언급되고 있어 좀 아쉬웠지만 무엇보다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연보라색 롱코트를 휘날리며 등장한 ‘로레인 브로튼‘을 지향하는 형사 혜인을 볼수 있어 반가웠다.

 

“아니, 여형사님이 모르셔서 그러는데…”

“여형사?”

“…”

“여형사아? 우리 남용의자님이 단어 선택을 함부로 하시네?”

 

혜인은 굳이 헤비듀티 의류를 입지 않고 엣지를 충분히 살리면서도 터프한 형사의 면모를 과시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터프한 것에 그치지 않고 세심한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면모도 보여주고 있다.

 

“자기야, 남자는 왠만해선 김치를 도마에 자르지 않아. 그냥 그릇에 대고 가위로 자르지. 위생장갑도 당연히 안 쓰고. 여자친구인지 여자형제인지는 몰라도 암튼 여자일 걸?”

 

소설은 로또 판매점에서 일하는 ‘수진’과 단골손님인 ‘준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형사 ‘혜인’이 파헤치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독자들은 ‘수진’과 ‘준영’, ‘혜인’이 1인칭 시점에서 사건을 서술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이러한 과정에서 엿볼 수 있는 진실의 조각들 너머로 사건의 진상을 꿰뚷어볼 수 있다. 유쾌한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흥미로운 이야기다. 무엇보다도 단편에 그치지 않고 로레인 브로튼 타입의 매력있는 형사 혜인과 연인인 지수의 이야기를 더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앞으로 만나게 될 형사 혜인의 사건들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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