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文武), 7세기 이야기에 스며든 문무왕의 일생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문무(文武) (작가: 슬아희, 작품정보)
리뷰어: 그림니르, 20년 7월, 조회 133

우리 역사에 반해 사는 한 사람으로서 슬아희 작가의 <문무>를 읽었다.

 

내가 <문무>를 읽은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이 작품의 주제인 삼국시대를 공부하며 나 나름의 해석을 해 나가고 있기에, 다른 사람들은 이 시대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궁금했다. 또한, 나는 같은 삼국시대(하지만 이 작품의 시점보다는 1세기쯤 앞선 6세기)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 소설을 같은 플랫폼에 연재하는 중이기 때문에, 다른 작가가 삼국시대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 또한 궁금했다.

 

읽어보고 알게 된 <문무>의 장점은 우선 작가가 역사 고증에 노력한 모습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역사 기록에 최대한 부합하도록 구성했다. 동시에, 내용의 흐름 면에서도 <삼국사기>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그 내용을 직접 작품에 인용하기까지 한 작가의 정성스러움에 박수를 보낸다. 관련 논문들을 읽어 본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문무>에는 정말로 7세기 한국사의 모습이 작품에 반영되어 있다.

 

우리 역사에서 7세기는 국제적으로 전쟁의 시대였으며, 국내적으로는 내분의 시대였다. 7세기의 동아시아 국제전은 백제와 신라의 전쟁, 고구려와 수/당의 전쟁이 나-당동맹을 계기로 연결된 것이다. 이로 인해 한반도 삼국, 중국, (백제와 동맹관계였던) 일본은 물론 (고구려, 중국과 교류하던) 만주의 여러 북방민족들까지 거대한 전쟁에 휘말렸다. 거기에 더하여, 한반도 삼국은 각자의 내분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고구려에서는 연개소문의 정변, 백제에서는 의자왕의 친위 정변(+학자에 따라서는 의자왕 재위 말에 왕비를 위시한 정변이 또 있었다고 보기도 함)이 벌어졌다. 신라에서는 칠숙과 석품, 비담 등이 반란을 일으켰으며 태종무열왕의 집권 이후에도 나라를 배신하는 자들이 가끔 나왔다. 이러한 내분을 지혜롭게 이겨내지 못한 고구려와 백제는 멸망했지만, 신라는 좌충우돌하면서도 극복해 나가서 결국 한반도의 승리자가 되었다.

 

<문무>에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각자 자아를 가지고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인물들이 묘사되어 있다. 이 점 때문에 나는 이 작품을 7세기 한국사 공부에 입문하려는 독자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논문과 함께 이 작품을 읽으면 공부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리라 예상한다.

 

그러나 <문무>는 위서(僞書)인 박창화 필사본 <화랑세기>의 내용을 작품에 반영했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특히 김흠돌과 자의왕후에 관련된 부분에서 이 같은 단점이 잘 드러난다. 김흠돌과 자의왕후의 갈등 관계, 자의왕후의 여동생 야명의 존재, 김흠돌이 김유신의 조카라는 것 등은 모두 박창화 필사본 <화랑세기>에만 나타나는 내용이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등 공인된 역사 기록에는 그러한 내용이 일절 없다.

 

아마 작가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현재 거의 모든 역사학자들은 박창화 필사본 <화랑세기>가 다른 역사서 및 금석문과 교차검증 되지 않으며 오히려 충돌한다는 등의 근거를 들어 그 책이 위서라고 본다. 나도 박창화 필사본 <화랑세기>를 읽어본 뒤 이와 같은 판단에 동감하게 되었다. 작가가 해당 서적의 내용을 작품에 반영한 데는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역사 소설에서 위서를 자료로 사용하는 것이 대중들의 역사인식에 혼란을 줄 수 있으므로 지양되어야 한다고 보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점을 지적하는 바이다.

 

나는 21세기 대한민국 역사 소설가들의 과제가 재미와 고증을 둘 다 잡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슬아희 작가의 <문무>에는 별점 5점 중 4점을 주고 싶다(박창화 필사본 <화랑세기>가 아니었으면 5점 만점을 주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우리 역사에 관심이 있고 고증 좋은 역사소설을 원하는 독자에겐 읽어 볼 가치가 충분히 있는 작품이다.

 

같은 역사 소설가로서 슬아희 작가에게 진심어린 응원을 보내며, 작가와 작품의 무궁한 발전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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