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리는 영생과 불멸의 상징으로 종종 쓰여집니다.
그 경이로운 재생력은 참으로 인상적이라 할 수 있는데 팔다리가 잘리면 그대로 재생하는 것은 물론
중심부를 포함하여 잘라낼 경우 잘라낸 부위가 온전히 새로운 개체로 자라난다고 합니다.
만약 사람도 그럴 수 있다면 참으로 좋을테지만…
한편 불가사리는 위에서 언급한 경이로운 재생력으로 인해 미래 식량 중 하나로 주목받았습니다만
그 경이로운 재생력만큼이나 맛도 없어서(…) 식용으로는 네 발 달린 건 다 먹는다는 중국 외에 사례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자연최대의 천적인 인간으로부터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 퇴비로 쓰거나, 혹은 어떻게든 쓰려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 글은 사람의 이야기이자 불가사리의 이야기입니다.
어디에서도 쓸모가 없는 주인공은 직장에서도 사생활에서도 내몰린 상태입니다.
직장에서는 새로운 프로젝트의 희생양으로 쓰고 싶어하고 사적으로도 사채로 인해 신체절단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주인공은 결국 협박에 못이겨 손가락을 끊어내지만, 어찌된 일인지 다음 날 손가락은 다시 자라나 있습니다.
어디에서도 쓸모없는 신세인 주인공은 불가사리의 처지와 같고
사회에서도 사생활에서도 필요없게된 그는 결국 그의 절단된 신체에 의해 삶을 대체당하게 됩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공격으로부터 노출됩니다.
그것이 직장이건, 하교건, 가정이건, 행동 뿐만이 아니라 말로 인한 폭력에 노출되고, 상처입어갑니다.
불가사리처럼 상처가 멀쩡히 복구되면 좋겠지만 우리가 입은 상처는 덧없이 남아 끊임없이 고통을 안겨줍니다.
불가사리는 일부가 잘려도 시간이 지나면 또다른 하나가 되어 살아가지만
우리네 상당수는 자신의 자리에서 잘려나가면 그대로 회복되지 못한 채 도태되고 마는데,
차라리 이럴 바에야 불가사리처럼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주인공의 심경이
초자연적인 결론으로 그의 운명을 이끌어준게 아닌가란 생각을 읽으면서 해 보았습니다.
공포소설로 쓰셨고 실제로 읽으며 조금씩 스멀스멀 커지며 잠식해오는 공포를 느꼈습니다만
한편으로 우리네 삶에 투영하여 또다른 두려움을 느끼며 읽었네요.
재미있게 잘 읽었고, 다음에도 좋은 작품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