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만 고쳐주십시오 공모(비평)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시라스 시에도 시체부활자 (작가: 하울림, 작품정보)
리뷰어: 보네토, 20년 7월, 조회 205

저는 한때 브릿G 자유게시판의 지박령을 자처했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자였습니다만 세월이 제 눈과 손과 어깨 근육 모두를 흐리게 하는 바람에 잘 나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자가 되었습니다.

…두 번의 [것처럼 보이는]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 때와 지금의 활동량이 크게 다르지는 않겠습니다만.

 

어찌되었건 리뷰를 써 보는 건 정말 오랜만입니다. 게다가 제 리뷰 제목 한 번 도발적이군요!

저는 리뷰를 쓰면 친분 및 인맥을 잃는 놀라운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재능의 문제이지 제 의도가 아닙니다. 지금부터 드리는 말씀은 제 의도(공격하고자 하는 의도가 절대로 아니거든요 OTL) 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만 저는 꼭 이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하나만 고쳐주십시오. 저는 디아틀의 종족이 인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제공된 어떤 세계를 바탕으로 무언가를 창작한다는 것은, 이미 그 세계의 팬인 사람들을 데려와 이해시키겠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지 않을까요. 마새 세계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꽂힌 부분은 각양각색이겠습니다만 각 종족의 특성이 마음에 들어서 팬이 된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팬인 제가 아는 레콘은 오만하고 강인한 종족입니다. 묘사 자체가 아래와 같죠.

 

(전략) 세상은 엉성하다고 말하는 자들이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결합의 대부분을 어렵잖게 해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위라는 퍽 단단한 결합을 흙과 모래로 해체하고 싶다면 이들은 정이나 망치 따위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단지 그래야 할 이유를 요구할 것이다. 그 일을 수행할 도구는 그들에게 이미 갖춰져 있다. 무지막지한 힘과 강철같은 몸, 지치지 않는 체력, 그리고 광적인 집착으로 오해받기 쉬운 집중력을 가진 그들은 바위를 손쉽게 흙과 모래로 분해한다. 생명이라는 결합도 쉽게 해체하여 무생물로 분해한다. 국가라는 결합도 그리 어렵잖게 해체할 것이다. 그들에게 세상은 엉성하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상대적으로 훨씬 단단한 것에 주된 관심을 기울인다. 절대로 변하거나 퇴색되지 않는 단단한 사명을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그것을 맹렬하게 추구하는 것이 그들의 삶이다. 그 추구는 실로 맹렬한데, 엉성한 세상은 부서질지언정 단단한 자신은 부서질 리 없다는 꽤나 정당한 믿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려움과 무관할 것 같은 이 강대한 자들에게도 두려움의 대상은 존재한다. 어떤 파괴력에도 해체되지 않고 그들의 튼튼한 몸을 가라앉히는 물은 그들의 근원적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그들은 레콘이라 한다.

– 하이스 대학에 보관된 무명 학자의 일기 중

 

황제에게도 존대를 하지 않았던 레콘들을 기억하는 이 중년의 팬보이는, 시라스에게 존대를 하는 디아틀을 보면서 ‘인간이겠거니…’ 했다가 수염볏을 한 번 쓰다듬고 깃털을 세 배로 부풀리는 모습을 발견하며 (과장 붙여) 피를 뿜을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답니다.

글을 쓰시는 분이라면 체호프의 총 이야기를 아실 것입니다. 앞부분에 총이 등장했다면 뒷부분에서 그 총을 쏴야 하며, 쓰지 않을 총이라면 버려라, 이런 내용이었다고 기억합니다. 레콘이 등장했다면 레콘의 위엄에 걸맞는 이야기가 나와야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국가과학원의 감찰원으로 일할 만큼 (팬들이 알고 있을) 레콘의 특성을 벗어나는 레콘이 나왔다면, 역시 그만큼의 당위성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했고요. 쥐고 흔들거나(?) 던지거나(?), 하여튼

는 더 강렬한 무엇이 등장해야 훨씬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되지 않겠습니까?

 

세상에는 존대하는 레콘의 등장만으로도 뒤를 가기 버튼을 누를 사람도 있을 거란 말입니다…

 

과학이 저렇게 발전할 정도의 먼 미래 세상이라 해도, 선민종족의 특성들이 크게 달라질 거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군령자나 나가의 특성에 대한 묘사가 나오는 것으로 봐서는요. 피마새의 **이 결국 레콘 만의 정치체계를 확립하는 데에 성공하여 레콘들이 보통의 선민종족과 비슷해지는 세상이 왔다는 설명이 붙는다 해도, 그래도 레콘인데…? 하는 사람들이 분명 나올 것입니다.

사소한 장치 하나로 이야기의 집중성을 올릴 수 있습니다. 누가 마새 세계관으로 이렇게 훌륭한 매드 사이언티스트극을 상상하겠습니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디아틀의 대사가 나올 때마다 집중도가 팍팍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란 말입니다……

재고해주시면 몹시 감사하겠습니다.

 

 

+ 이건 조금 사소한 덤인데, 제목도 사실 조금 손봐주셨으면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시라스 시에도와 시체부활자의 위치를 바꿔 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왜냐하면, (페니나 시에도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목만 봤을 때 사람의 이름을 팍 떠올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제목은 시라스(라는 이름의) (도)시에도 시체부활자(가 있는 건지, 나타난 건지 등등)의 오해를 약간 빚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 물론, 제가 읽기 전에 그런 오해를 떠올렸다는 사실은 비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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