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첫사랑은 소나기와 같아 짧지만 여운이 길다 공모(감상)

대상작품: 여름 소년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소로리, 20년 6월, 조회 40

구한말 남쪽 바다 거문도에 한 무리의 백인들이 나타난 사건이 있었습니다.

러시아의 남진을 막기 위해 영국군이 시위를 하고자 거문도를 점령하여 주둔하게 된 것인데요,

이 사건을 역사적으로는 거문도 점령 사건이라고 합니다.

 

당시 영국군의 섬 점령 목적은 영토 약탈 목적이 아니라 러시아군에 대한 위협 목적이었기에

섬을 점령한 영국군 병사들은 굉장히 신사적으로 행동했다고 합니다. 모든 물건은 돈을 주고 구입했으며

사람을 쓰더라도 품삯을 모두 지급했다고 하네요.

이러한 우호적인 접근 덕에 거문도 주민들의 영국군 군인들에 대한 호감은 매우 높았고

심지어 자발적으로 협조하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하나의 전설이 발생하는데

거문도의 젊은 여자와 영국군 병사 간의 사랑이야기입니다.

매번 배에서 나와 바다를 건너 만나러 갔다는데

당시 백인을 보고 홍모귀니 뭐니하며 한국사람들이 그 용모를 보고 기겁했던 걸 생각하면

사랑이란 참으로 국경이 없는 것이구나란 생각이 듭니다.

 

*

 

이번에 읽은 이 여름 소년이라는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상어와 인간이 융합된 몰골이라는(그래도 인간이 대부분인) 괴생명체는

사람들이 보면 기피할만한 외관상 특징과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비단결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한들 일단 예선인 용모를 통과해야

그 마음을 보이거나말거나 할 기회를 얻을 것인데 그에게 있어선 인간과의 교류는 참으로 난망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사랑한 여인이 있습니다.

그녀가 다른 이들과 달리 그의 외면이 아닌 내면으로부터 접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지요.

이 작품에서 사람의 눈은 일종의 장벽과 같은 역할을 하고, 그로부터 자유로웠던 여주는

자신의 인연을 만나 아끼고, 감싸고, 사랑합니다.

그리고 남주는 이러한 여주의 마음에 보답하여 마찬가지로 아끼고, 사랑하며, 공감합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인간에 대한 불신을 회복하고, 자신의 본연의 능력을 되찾습니다.

 

*

 

거문도에서의 2년간의 주둔이 끝난 뒤 영국군은 철수하여 본국으로 물러갔습니다.

이 때 서로 사랑했던 한 쌍의 커플은 전설에 의하면 죽었다고도 하고, 그대로 헤어졌다고도 합니다.

당시 여인의 신분은 무당 혹은 과부였다고 하는데 둘 다 당시 시대를 살아가기엔 그다지 좋은 신분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따라갔다는 이야기가 없는 건 왜일까 당시 그 야사를 들으며 생각했었는데

여름소년을 읽다보니 왜인지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아마 그녀 또한 바다를 바라보며 수많은 생각을 했었겠지요.

여주가 그와 함께 하지 않은 것은 그가 아무리 먼 곳에 있더라도 마음은 항상 함께 함을 믿었기 때문일겁니다.

어디에 있건 서로를 느낄 수 있다면 그들은 함께 있는 것과 진배없을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로렌치니 기관의 활용은 확실히 신선했습니다)

 

처음에 글을 보며 SCP 시리즈 같은 괴기호러물이 아닐까 우려했는데

뜻밖에도 생각할거리를 던져주는 여름날 짧은 사랑이야기를 보게 되어 좋았습니다.

 

다음 작품에서도 작가님의 이러한 스토리텔링이 이어지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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