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하게 들려오는 전쟁의 상흔들.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검자줏빛 튤립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주디, 17년 4월, 조회 63

경계인 A 작가님의 <그 날 이후>가 남자버전의 전쟁의 상흔이라면 <검자줏빛 튤립>은 여자버전의 전쟁의 상흔을 그리고 있다. 두 편의 단편 모두 군인들이 실제 전쟁을 하는 것 만큼이나 실감나게 그려져 있어 나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검자줏빛 튤립>은 한 여자가 부모님의 불화와 가난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소녀 가장이 되어 머리가 좋은 동생을 공부시키기 위해 필연적으로 군대에 몸을 담게 된다. 자신보다 더 공부에 소질이 있는 동생 녀석에게 해 줄 수 있는 길은 매달 따박따박 나오는 돈이 나오는 창구였고, 그녀는 최선을 다해 군대에서 살아남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군대는 체력과 애국심만을 요하는 곳이 아니었고,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상사들의 추부김이 있는 곳이었다. 그녀는 그런 손길에서도 침착하게 대처하며 동생이 졸업하기까지 이를 악물며 견디고자 한다.

조용히 묵묵히 견디며 생활하던 중사 김혜원은 자꾸만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오준환 병장의 마음을 감지한다. 정을 주지 말하는 그녀의 말에도 늘, 오병장은 그녀를 감싸며 바라본다.

평온하고 조용한 한 때의 시간이 뒤바뀌는 날 김혜원 중사의 바람과 달리 그녀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다. 갑자기 일어난 폭격 때문에 그녀와 함께 생활하던 부대원이 어느날 갑자기 시체로 부서져 내리는가 하면, 서울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던 동생은 전쟁의 참화 속에서 신경가스에 노출되어 신경이 손상되어 중환자실에 누워있다. 죽지는 않았지만 아무 것도 인지하지 못한 상태가 되었고 김혜원 중사는 현역으로 군대를 복무하고 있었지만 어느 날 정신적인 이유로 방출 시켰다.

그녀에게 오롯하게 남은 것은 참전용사과 오병장이 말들어준 목걸와 책갈피만이 남았다.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군대에 입대를 했고, 최선을 다해 군인으로서 임무를 다했으나 전쟁 이후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몸과 마음을 다해 싸운 군인의 말로는 어마어마한 양의 복용에도 뒤따르는 정신적인 고통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언젠가 2004년에 개봉했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때 부대원들을 모두 모아놓고 신임 대대장이 한 말이 아직까지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다. ” 나라가 너희들에게 무엇을 해주기 이전에 너희가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잘 생각해 보라.”는 이야기였다. 전쟁이 발발해서 목숨을 다해 싸워도 나라는 개인의 행복을 지켜주지 못 할 수도 있다는 말로 들렸다.

결국 그녀는 사랑하는 동생도 잃고, 그녀를 짝사랑한 남자도 잃는다. 무엇이 그녀를 지탱 할 수 있을까. 군대에 몸을 담은 것도 결국 개인의 선택이었지만 정신적인 폐해로 몸과 마음을 가눌 수 없는 상처받은 군인을 보호해 주지 않는 사회의 아픔은 늘 언제 보아도 마음이 아프다. 군대를 가본 적도, 전쟁을 겪지 않는 세대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전쟁은 머나먼 일이라기에는 아직도 지구상에 ‘전쟁’을 겪는 나라가 있고, 남과 북이 갈라진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았을 때도 여전히 머나먼 일이 아님을 인식하는 작품이다.

“중대장님 이게 다 뭐죠?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해요? 3년이에요 중대장님. 3년이 지났는데도 약을 조금이라도 줄이려하면 악몽을 꿔요. 제가 어떻게 행복해질 자격이 있겠어요? 중대장님. 저는 사람을 죽인거나 다름없단 말이에요. 저는 준환이가 죽었기 때문에 살아있는 사람이란 말이에요. 준환이를 낭떠러지로 밀어서 살아 남으거랑 다름없어요. 제가 군대 간 이유였던 동생은 의사가 뭐래는줄 알아요? 회복 가능성이 없다고, 안락사를 하재요. 어차피 국가에서 가망 없는 중상자가 많아서 법이 바뀌어서 이제 이게 합법적으로 허가가 났다고··· 안락사를 하재요 중대장님. 이제는 제 동생까지 죽이라는 거에요. 난 지금까지 그나마 그걸 붙들고 살아왔는데. 중대장님, 전 어떻게 살아야해요? 말씀해주세요 중대장님.”

군더더기 없는 이 단편은 아주 오래 전에 일어났던 전쟁을 겪는 병사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기도 하고, 전쟁에 있어서는 그 누구도 아무런 피해없이 살아갈 이는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언제 어느 시기에나 시대의 격류는 존재하고 있고, 그것이 눈에 보이는 전쟁이라는 큰 틀안에서 겪는 처참한 상황뿐 아니라 요즘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도 그녀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이 오버랩되기도 한다. 주제의식이 명확하고, 시대 구분없이 영화를 보듯 참혹한 전쟁의 한복판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안겨주는 단편이다. <검자줏빛 튤립>과 <그 날 이후.>를 남자 버전, 여자버전의 이야기라고 했지만 살을 붙여 긴 호흡의 글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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