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스 그레이의 초상에 담겨진 플라톤의 이데아 철학과 상징 분석 감상 브릿G추천 이달의리뷰

대상작품: 도리스 그레이의 초상 (작가: 지언, 작품정보)
리뷰어: 베르메르, 20년 5월, 조회 176

들어가는 이야기

안녕하세요, 베르메르입니다.

지언 작가님이 쓴 도리스 그레이의 초상의 느낌은 소설 데미안과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섞은 듯한 기묘한 분위기가 났으며 주인공, 도리스 팔튼이 그렸던 여자의 초상화는 아름다움의 이데아에 가려진 무의식에 숨겼던 그로테스크적인 불안정한 원초적 혼돈을 느꼈습니다.

제가 미술과 서양 고전철학과 중세 스콜라철학에 관심이 있어서인지 작가님이 그려나가는 화가와 대상의 알레고리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화가는 자연을 보면서 시각, 감각과 이성의 도움으로 자연/사물을 모방해서 그리듯이, 화가 도리스 팔튼은 사물을 단순히 잘 그리는 게 아니라 사물의 대상 속에 숨겨진 마음의 무의식적 원형을 포착해서 묘사했고, 그녀가 묘사한 인간의 이데아는 그녀의 아버지, 게르하르트의 분노와 열등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게르하르트는 자신 스스로 더 높은 성취를 이뤄낸 예술가로 생각했었는데 그의 딸이 그를 앞질러갔습니다. 마치 아버지, 오라치오 젠틸레스키와 딸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관계처럼……

화가, 도리스 팔튼이 그려냈던 초상화의 인간과 인간의 이데아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플라톤의 이데아를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예수님이 태어나기 전에 고대 그리스에 살았던 철학자, 플라톤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사물의 본질과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사물의 그림자가 존재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첫번째 이데아는 무한의 시간에 고정되어있고, 완전하며, 완벽한 불멸의 존재이자 실재로 존재하지만 사람이 느끼는 감각 너머에 있습니다. 즉 추상적인 이데아의 원형입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우리가 생각하고 보면서 느끼는 현실세계와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들은 영원하고 완전한 본질을 담은 물체가 아니라 유한한 시간의 흐름에 따른 필멸성을 가진 불완전한 사물로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부스러지고, 노화하며, 존재가 소멸하는 그림자로 생각했습니다. 화가 도리스가 보는 현실세계의 미인은 완벽해 보이더라도 어딘가에 결점이 있으며, 세월이 지나면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그림자로 느껴졌으며, 그녀 자신이 본 그대로 그렸습니다.

플라톤이 바라본 현실의 사물은 완벽한 이데아의 그림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면, 추상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이데아는 존재하며, 육체의 아름다움과 정신의 아름다움, 새하얀 눈처럼 아름다운 영혼과 완전한 지성을 가진 이데아는 사람이 인식하는 세계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이데아는 천상의 존재이며, 인간의 유한한 시간의 흐름에 벗어난 원동자: <자신은 움직이지도, 변화하지도 않으면서, 다른 존재를 움직이고 변화시키는 존재>는 중세 스콜라 철학자들에 의해 기독교에 나오는 신과 신의 존재와 섭리와 완전함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도리스는 완벽하고 불멸적인 미의 이데아를 가진 사람, 아드리아나의 주문을 받아서 그녀만의 외적인 아름다움과 그녀의 아름다움에 숨겨진 정신(spirit)과 영혼(psyche:프시케)을 꿰뜷어보면서 아드리아나의 영육일치를 담은 초상화를 완성했습니다.

레이디 아드리아나는 도리스 팔튼이 그렸던 초상화를 보면서 전율했는데, 그녀가 접했던 화가들은 자신의 인공적인 기교와 손놀림으로 자연/인간을 보면서 사실적인 겉모습을 담았을 뿐, 아드리아나의 형상과 그녀만의 이성, 감성, 관념과 무의식적 원형을 잘 잡아내지 못했습니다. 그 반면에 도리스 팔튼은 아드리아나의 아름다움을_’그리고 이 세상 모든 것은 일시적인 것 뿐, 아름다운 꽃처럼 금방 사라지는’* 덧없는 아름다움으로 그려내지 않았고, 아드리아나, 그녀가 가진 불멸의 아름다움을 초상화 안에 영원히 고정했습니다.

레이디 아드리아나와 화가, 도리스 팔튼의 위치는 고대 그리스 화가, 제욱시스와 다섯 명의 아름다운 모델의 이야기로 비유될 수 있는데, 화가, 제욱시스는 그리스로마신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 헬레네를 그려내고자 했으나, 필멸의 미를 지닌 모델 중에서 다섯 명을 뽑아서 불멸의 아름다움을 지닌 추상적인 관념을 가진 이데아_트로이의 헬레네의 초상화를 완성했듯이, 화가 도리스는 불멸의 아름다움을 고정시켜서 유한한 시간 아래서도 불멸의 미를 영원히 감상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도리스 팔튼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지만, 그녀랑 비슷한 화가로 비유할 수 있다면 아마 러시아 화가, ‘이반 크람스코이’이고, 레이디 아드리아나의 초상화는 이반 시시킨 (1880)의 초상화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트로일러스와 크리세이드 제5권 359pg (2015) 김영남 번역, 문예출판사에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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