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철탑을 소녀는 그리움으로 끌어 안는다. 공모(감상)

대상작품: 네가 웃는 철탑 위에서 (작가: 이태호, 작품정보)
리뷰어: 이야기악마, 20년 4월, 조회 37

우리는 <소녀>라는 단어에 대해서 보편적인 기대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소녀라는 존재가 안전했으면 하는 우리의 바람이다. 그러나 <주인공:소연>은 스스로 높은 철탑을 오르며 독자를 긴장시킨다. 그녀도 우리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소녀는 <죽음 저편에 있는 친구> 혹은 <하늘나라에 있는 친구>에게 닿기 위해 물리적으로든, 비유적으로든 철탑을 오르는 중이다. 그녀가 모험을 떠나게 하는 동력은 그리움이며 그 과정은 상실감과 아픔으로 가득하다. 아마도 철탑의 꼭대기에서 환상 속을 헤매는 소녀의 모험은 <죽음>을 인식하고 인정하려는 소녀의 슬픈 노력일 것이다. 갑작스런 친구의 죽음, 죽음의 우연성과 냉정함, 홀로 남은 고독감은 아직 어린 소녀가 이해하기에는 혼란스럽다. 그러니 그녀의 <환상:임사체험>은 난해한 상징으로 가득하다.

환상의 끝에 결국 혼자라는 것을 깨닫지만 그럼에도 소녀의 모험이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마도 죽음을 받아들이기 전까지 죽음의 경계까지 다가가는 소녀의 아슬아슬한 모험은 계속될 것이며, 안타깝게도 소녀가 여인이 될 때까지, 철탑을 끌어 안아야 하는 그녀의 가슴에는 수많은 자상이 가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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