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간의 사회성과 감정이라는 건 6세 무렵에 이미 다 완성이 되는 거라고, 그러니까 그 이후에 겪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감정의 드라마들은 별로 본질적이지 않고 6세까지의 경험을 되풀이하는 데 불과하다는 식의 이야기를 어디에선가 본 적 있다고 기억하는데, 다시 찬찬히 생각해보면 이 기억 자체가 날조된 건지도 모르겠네요. 출처를 알 수 없는 데다 ‘6세’라는 기준이 맞는지도 정확하지가 않아요.
재택근무를 한 지 2년정도 되어가는 참입니다. 인간관계는 그 이전부터 극도로 얄팍해졌어요. 원래도 친구가 많은 사람은 아니었는데, 그나마 있던 친구들은 내 결혼 혹은 그들의 결혼을 핑계로 잘 만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게다가 랜선으로 우정을 쌓은 친구조차 어느 순간 계폭하고 사라지는 일도 생기고요.
그렇기에 내가 한정되고 간접적인 창구로 경험하는 ‘인간’이라는 건 지금 엄청나게 빈약하고, 그들의 표현은 항상 극단적이고,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뭐랄까, 이 사람들이 ‘올바른 상상력’을 엄청나게 갈구하고 있다는 걸 느껴요. 그리고 이 거대한, 손에 잡힐 것처럼 질량감마저 느껴지는 욕구에서 엄청난 당혹감을 느껴요. 내 상상력은 항상 그릇된 방향으로 폭주하고, 그 표현도 사회적으로 딱히 정당하지 않은 식으로 드러나거든요.
한 예로 내가 좋아하는 장르 중에, 말하자면 ‘기괴소설’이라고 할 만한 분야가 있어요. 이 용어는 우리나라에선 딱히 보편화되진 않은 것 같아요. 호러나 공포물과도 다릅니다. 무서운 것이 아니라 기괴한 것이라는 ‘느낌’을 전달하는 게 관건이거든요.
나는 기괴한 것을 보고 싶어하고, 사실 그런 욕구가 있기에 이 작품 <스위트 사이코>를 봤어요. 이 이야기는 크레이지 사이코 스토커 여성 ‘효정’에게 시달림을 당하면서도 그녀와의 관계를 끊지 못하는 ‘운하’의 이야기입니다. 효정은 아름답지만 멍하고 어두운 인상의 여성입니다. 고딕이네요. 이 모노톤의 고딕한 미녀가 운하를 너무너무너무너무 사랑해서 막 집에 쫓아가고 다른 여자랑 바람피울 때 감시하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운하는 질색하면서도 효정의 매력을 거부하지 못해요. 그래서 임신했다고 고백하는 그녀와 동거하며 그녀를 살찌우기 시작합니다.
중반부까지의 아주 거친 요약이지만 이것만 봐도 뭔가 기괴하지 않습니까? 근데 더 기괴한 건 이 작품의 반전이에요. 이 반전 때문에 작품에 대한 감상이 한층 묘~해졌어요. 효정과 운하의 사랑(?)은 정말 불모 그 자체였구나 싶고 이 애초에 엇나가버린 관계에서 효정의 애정과 구애는 그야말로 하등 쓸모가 없는 잉여였구나 싶어서 슬퍼지기도 해요.
아 뭔가 기괴한 거 보고 싶다! 라는 욕구는 어느 정도 충족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역시 인물의 심리와, 분위기적인 면(특히 묘사 같은 데서 드러나는)에서 좀더 묘~한 테이스트가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특히 심리 부분. 긴박감과 사실성 넘치게, 독자를 설득하도록 그려주셨으면 더 좋았을 거예요. 그러고보니 이 글의 맨앞에서 사회성이라거나 이런 거에 대해서 무려 3문단에 걸쳐 뭐라고 말했는데 이 도입부도 완전히 사족이라는 걸 지금 확인했습니다. 뭔가 수미일관적으로 센스 있게 마무리를 하면 좋을 텐데… 잘 모르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