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의 내면에 대한 섬세한 묘사는 독자들에게 동질감을 부여한다. 도시와 사람들 속에서 느끼게 되는 우울과 피곤은 독자와 주인공을 이어주는 연결점이 된다. 때문에 주인공이 청소를 다짐하고 움직일 때 우리는 그의 청소를 걱정스레 관전하게 된다. 그리고 이후로 매듭을 풀어가는 그의 여정에도 책임감을 가지고 동행하게 된다.
오랜 시간 동안 주인공을 우울속에 속박하고 있는 것은 여자친구의 나비매듭이다. 전여자친구가 아름답게 달아준 나비매듭은 ‘그리 즐겁지 않은 기억’마저도 아름답게 묶어서, 목줄처럼 그를 속박하여 추억 주변을 서성이게 만든다. 전여자친구에 대한 소설을 쓴다는 것은 정리가 아니라 기록이며 확장이다. 소설은 줄여서 쓰는 것이 아니라 늘여서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전여자친구에 대한 소설은 리본을 풀기 보다 장식인 리본 위에 장식을 얻는 행위가 되고 만다. 기나긴 우울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머물고 싶다는 무의식이 그를 함정에 빠뜨린 것이다.
주인공을 위기에서 구해주는 사람은 ‘그녀(은정)’가 아닌 ‘그’라는 점은 놀랍지만 한편으로는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그녀가 주인공을 떠난 것처럼 주인공은 ‘그’의 사랑고백을 받아줄 수 없다는 당위성을 부여한다. 주인공은 ‘그’에 대해 호감과 묘한 긴장감을 느끼지만 그 이상을 느낄 수 없는 한계를 스스로 알고 있다. 그러니 ‘그’의 ‘사랑 고백’을 받을 수 없었으며 이번에는 자신이 다른 이와의 관계에서 도망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한 순간 쏟아내는 주인공의 눈물은 자신의 상황에 대한 슬픔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을 떠난 ‘그녀(은정)’처럼 ‘그’의 마음에 매듭을 묶어버렸다는 깨달음 때문일까.
그러니 독자는 주인공의 끝나지 않는 나비의 여정에 안타까워하게 되는 것이다. 매듭을 묶는 이와 매듭을 푸는 이는 왜 다른가. 그녀가 주인공에게 묶어둔 나비 매듭은 왜 주인공에게서 끝나지 않고 ‘그’에게로 옮겨가게 되는 걸까. 왜 이렇게 아름다운 나비매듭은 슬픈 추억이 되어 사람과 사람의 마음으로 무한히 옮겨 날아다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