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사랑에게서 추상적 문화를 벗겨내고 붉은 야만을 입혔다. 공모(감상)

대상작품: Please don’t leave me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이야기악마, 20년 4월, 조회 52

우리는 사랑에 대한 행동을 알고 있지만 추상적 개념인 사랑이라는 존재를 직접 본 적도 없고 맛을 본 적도 소리로 들어본 적도 없다. 너무 자주 사용되는 ‘사랑’은 무의미하게 보인다. 하트로 상징화, 시각화되어 장식물처럼 쓰이고 그 ‘사랑’이라는 단어를 위해 우리는 기념일을 챙기고 편지를 하며 입으로 ‘사랑’이라는 소리(발음)를 낸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일반적인 만남으로 사랑을 시작하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카페에서 자리를 만들어서 이별을 통보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정말로 <사랑>이었는지 <남녀가 만나고 헤어지는 문화적 의례>였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정아의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그녀는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사랑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오감으로 느낄 수 없는 대상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확신하는 정아는 ‘여기’에 기현의 피를 흩뿌리며 외치는 것 같다.

“이게 바로 사랑의 색깔이야.”

또한 그녀의 노래는 그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사랑을 기현에게 매일매일 강박처럼 소리로 들려주는 것이다.

“이게 내 사랑의 소리야.”

물론 허공에 피를 수놓고, 허공에 소리를 지른다 하더라도 사랑이라는 ‘추상적 개념’ 위에 피가 묻고 내부에 소리가 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녀의 시도는 기현에게 PTSD가 되어 눈에 남을 것이고 <please don’t leave me>의 노랫소리는 언제나 기현의 귓가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 아마 기현은 비어있는 팔 하나를 바라보며 자신이 정아의 광적 사랑에서 정신적으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물론 그녀의 행동이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는 문제가 남는다. 그러나 그저 일반적인 만남과 일반적인 헤어짐을 거부하는 그녀의 사랑은 포스트 모더니스트의 모험정신을 그대로 이어 받고 있다. 사랑계의 ‘잭슨 폴락’이라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훗날에 사랑 비평가들은 그녀를 <사랑에게서 추상적 문화를 벗겨내고 붉은 야만을 입힌 예술가>라 말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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