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수상쩍은(하지만 보수가 좋은) 어떤 의뢰에서 시작하며
이후 동면캡슐에서 깨어나 처음으로 보게 된 수잔이라는 정체불명의 여인에 의해 긴장감이 유지됩니다.
이 여자는 과연 누구일까. 적인가. 동료인가. 아니면…
글이 전개되는 내내 독자는 글을 읽으며 의문에 의문을 거듭합니다.
이상할 정도로 친밀감을 보이는 그녀에 대한 의혹은 그녀가 술술 털어놓는 이야기들만큼이나 커지고,
그녀가 그에게 보이는 친밀감 만큼이나 그 또한 그녀에게 친밀감을 가지게 되던 와중에
갑자기 그녀를 배제하며 나타난 선장의 등장으로 인해 더더욱 증폭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갈등의 절정, 드러나는 내막…
항거할 수 없는 미지의 존재에게 (욕망과 모험심에 의해) 죽음을 당하러 제 발로 걸어들어가는 이야기는
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어 여러가지 형태로 발현되었습니다.
고대에는 용이나 괴물, 중세에는 악마, 근대에는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와 같은…
그리고 현세에도 에일리언과 같은 이야기로
매번 다른 소재이지만 여전히 사람들에게 많은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중인데,
이는 이 소재가 독자들에게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매우 매력적인 것이기 때문일겁니다.
다만 이러한 소재는 과거로부터 꾸준히 되풀이되어 온 만큼
얼마나 새롭게, 그리고 재밌게 각색하여 자신의 테이스트로 쓸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는데요,
대개 매력적인 인물과 설득력, 그리고 묘사에 의해 그 부분을 보충해나가게 됩니다.
이 글은 충실한 복선회수와 설득력있는 소재(예를 들자면 이끼나 동면약물)을 통해 이야기의 몰입을 유지하는 한편,
계속 의심하면서도 조금씩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주인공을 잘 묘사하여
이야기를 읽는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끔 하는데 성공했고, 실제로도 덕분에 잘 읽혀집니다.
결말 또한 이야기의 마무리를 짓는데 부족함이 없었다고 느껴집니다.
이야기를 읽으며 주인공의 무력감과 체념의 정서가 와닿는 느낌이었습니다.
하나, 읽으면서 느낀 개인적인 아쉬움이라면, 토마스 선장의 등장에 의한 갈등의 절정으로부터,
마지막 주인공의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분량입니다.
(단편인 이상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만) 주인공이 진실의 핵심에 도달한 직후
기존 내용의 결말로 이어지는게 좋지 않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장의 등장으로부터 그대로 하강하는 것보다는 목적 달성 직전에 허망한 결말로 내몰리는 것이
이야기의 절정에 도달하기에 좀 더 좋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인 아쉬움이고, 이야기 자체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전달력이 상당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브릿지에 와서 그간 끊었던 SF 호러 이야기를 많이 보게 되는데 양질의 내용이 많아 매우 좋네요.
다음에 올리실 작품도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