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는 14회까지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브릿지에서 작품들을 읽다 보면 종종 대작의 향기를 품고 있는 것들을 만나게 됩니다. ‘피를 머금은 꽃’은 분명 그러한 류에 속하는 작품입니다.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 속에 거대한 세계관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습니다. 게다가 작가님이 습작 단계라고 하신 만큼, 완성이 되면 어떨지 더욱 기대가 됩니다.
다만, 완벽한 대작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뭔가 아쉽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분명 문장력도 튼튼한 것 같고, 줄거리도 개연성이 있고 캐릭터도 개성이 있으며 언뜻언뜻 보이는 세계관도 흥미로운데, 뭔가가 빠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아주 작은 무언가만 첨가하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 같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사실은 리뷰를 쓰기가 더 조심스러웠어요. (피드백을 원하시는 것을 보면, 아마 작가님도 그걸 찾기 위해 리뷰 공모를 여셨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공모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상금을 받을 가치가 있는 리뷰를 쓰지 못할 것 같아 포기했어요. 사실 저 자신도 제 작품에서 부족한 게 뭔지 찾아 헤매고 있는지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로 좋은 작품에 아직까지도 리뷰가 0인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기 때문에, 아무말 대잔치가 되더라도 용기내어 이렇게 피드백을 드리려고 합니다.
음… 우선 등장인물들의 하는 양을 지켜보고 있자면 가끔 진부한(?) 만화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어요. 예를 들면 화란산성에서, 물건을 준비해달라는 카라의 말에 여리가 잠시 품목을 헤아리다 뒤늦게 화내는 개그 장면은 어딘가에서 본 듯한 만화 장면 같았지요. 도입부의 정글같은 세계관에서 우러나는 작품 전반적인 치열한 분위기를 생각하면 더욱 그랬어요.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대사가 생각납니다.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대작을 염원하는 독자로서 보다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장면을 기대했다면 과한 욕심일지요.
그리고 막둥이와 병사장의 대화가 좀 더 앞쪽에 배치되었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두 사람이 자신들만의 미래를 그리자마자 죽는 게 조금 작위적인 타이밍이라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사실,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 갑사 등이 먼저 뒤통수를 치려 한다는 걸 보여준 것도 김이 새는 감이 있었어요. 카라의 잔혹함이 정당방위로 포장되는 것 같은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어요. 영화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의 ‘한솔로가 먼저 쐈어!’ 밈을 알고 계신가요? 분명 원작에서는 한솔로가 먼저 현상금 사냥꾼을 쐈는데, 블루레이 버젼에서는 사냥꾼이 먼저 쏜 것으로 바꿔서 한솔로가 갖고 있던 야비한(?) 캐릭터성이 파괴됐다며 팬들의 원성을 산 일이 있지요. 저는 카라가 병사들의 속내를 모른 채 선빵을 날렸다고 해도, 작품의 팬들은 그녀를 사랑할 거라고 생각해요.
작품 제목인 피를 머금은 꽃은, 아마도 주인공 카라에 대한 비유인 것 같습니다. 그녀는 동생을 제외한 모든 이에게 냉혈한이며 사람을 죽이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깁니다. 아버지와 얽힌 피비린내 나는 과거도 숨기고 있는 것 같구요. 항상 당하기 전에 먼저 선빵을 치는 그 과격한 생존 방식은 약간 먼치킨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적들의 행동에 살짝 당황하는 일은 있지만, 적어도 패배를 생각할 만큼 위기에 몰리지는 않고, 보통은 대립 국면 때마다 전체적인 상황을 지배하는 위치에 서 있더군요. 그래서 저는, ‘카라가 좀 더 고생했으면 좋겠습니다’. (낄낄, 네 저는 악랄한 독자입니다) 프로도 베긴스가 나즈굴의 위협에 시달리다 칼빵까지 맞은 것처럼요. 그녀가 압도적인 적을 만나서, 살떨리는 긴장감을 느꼈으면 해요. 지금까지는 약간 튜토리얼 같은 난이도였거든요.
참고로 저는 카라의 한모양을 좋아했기 때문에, 주인공 카라의 이미지가 자꾸 그 쪽으로 연상되더라구요. 물론 이 작품은 팬픽은 절대 아니지만,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부디 제 리뷰가 작가님께 불쾌감을 드리지 않았기를 바라며… 앞으로의 전개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