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을 위한 ‘J’를 소개합니다.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당신의 J (작가: 심해해삼, 작품정보)
리뷰어: 잭와일드, 19년 11월, 조회 92

심해해삼 작가는 <당신의 J>를 ‘J로 시작되는 불쾌하고 기괴할지 모를 이야기의 모음‘으로 소개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소개처럼 <당신의 J>는 ‘jammy’처럼 다소 긴 분량의 단편도 있지만 대부분 200자 원고지 20-30매 분량의 엽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20회까지 연재되었고, 19년 8월을 마지막으로 휴재중인 상태다. (작품을 시작하면서 50편이 목표라고 하셨으니 어서 복귀하셔서 연재를 이어나가주시길…)

 

먼저 작품집의 제목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당신의 J>의 사전적 의미는 ‘당신이 소유하고 있는 J로 시작하는 어떤 것’을 지칭한다. 따라서, 작가가 ‘당신’이라고 지칭한 상대방이 소유하고 있는 J로 시작하는 이름이 붙은 물건들을 소재로 하여 씌여진 이야기로 생각해볼 수 있다. 작가는 독자를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만들기 마련이니까 어쩌면 작가가 지칭하는 ‘당신‘은 독자이고 따라서, 독자들이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J로 시작되는 어떤 것‘들을 소재로 이야기들이 씌여진 것 아닐까?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한회 한회 이야기를 읽어나갈수록 이런 생각이 점점 바뀌기 시작했다. 일단 이야기의 제목이 ’JUST’, ’JAMMY’, ‘JUSTIFY’와 같이 명사가 아닌 부사나, 형용사, 동사 형태의 제목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작품집의 전체 구성을 두고 작가의 의도가 느껴지는 대목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떠오른 것은 스티븐 킹의 단편집 <악몽을 파는 가게>였다. 스티븐 킹은 서문에서 자신이 이 단편집을 출간한 이유에 대해서 밝히고 있다. “내 작품을 꾸준히 찾아주는 독자 여러분들을 위해 준비한 것들을 여기 이렇게 펼쳐 보인다. 오늘 밤에 나는 이것저것 조금씩 팔아볼 생각이다. 자동차처럼 생긴 괴물, 부고를 작성하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남자, 평행우주를 들락거릴 수 있는 e북 독자, 그리고 고전 중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인류의 종말. 다른 노점상들은 이미 오래전에 퇴근하고 길거리에는 인적이 끊기고 차가운 달의 껍질이 도시의 협곡을 비추는 때에 이것들을 팔고 싶다.“

 

”악몽을 파는 가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악몽을 파는 가게>는 우리에게 익숙한 평범한 일상을 비틀어 공포와 절망을 창출해내고, 이를 기묘한 유머를 섞어 함께 버무린 독특한 작품집이다. 우연히도 스티븐 킹의 <악몽을 파는 가게>에는 <당신의 J>처럼 20편의 이야기 담겨있다. 또한 <당신의 J>도 우리가 일상에서 직간접적으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를 색다른 시각을 통해 공포와 반전, 기괴함을 창출해내고 있다. 물론 작품의 형식이나 길이 등에서 차이는 있지만 <당신의 J>의 의미는 ‘당신’을 위한, 즉, ‘독자’의 즐거움을 위해 늘어놓는 작가의 기괴한 상품들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당신의 J>에는 미래를 예지하는 신비한 쥬크 박스가 등장하고, 역사 속 인물의 실화나 사건들을 작가적 상상력을 가미해서 구현하여 독자들에게 충격과 반전을 선사하며, 인간의 숙명과도 같은 ‘죽음’에서 벗어나가기 위한 한 인간의 이야기나 신의 존재와 인간의 역할에 대해 고찰하는 이야기 등 다양한 소재를 중심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구성되어 있다. 또한, <악몽을 파는 가게>는 각 단편마다 스티븐 킹 본인이 직접 쓴 자전적인 논평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그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나 작가의 개인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작품집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는데, <당신의 J>도 동일한 즐거움이 있다. 각각의 이야기에 대한 작가가 남겨놓은 짧은 코멘트가 작품을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켜준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JOURNEY>의 “우리가 행운에 자만해서는 안되는 것도, 불행에 절망하지 말아야할 것도 우리가 결국은 미래를 모르기 때문일 겁니다.”와 <JUST>의 “때론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무언가가 없는 것만큼 슬픈 건 없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는 코멘트는 작가가 가진 아포리즘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또, <JANITOR>에서는 “진정한 두려움에 대해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그 중에는 정말 싫은 사람들과 억지로 어울려야 하는 두려움도 있더군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최악의 존재들만 모여 있는 어떤 집단을 상상해보세요. 거기서 영영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보다 더 끔찍한 지옥도, 두려움도 없겠죠.”란 코멘트를 남겼는데, 이는 작품과는 별개로 독자들이 제각기 가지고 있는 두려움들을 생각해보게 한다. <당신의 J>는 짧은 이야기들 속에 다양한 소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경험할 수 있는 훌륭한 작품집이다. 개인적으로 J로 시작하는 단어로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은 작가로서도 좋은 훈련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J>에서 작가가 제시하는 다채로운 이야기의 즐거움을 느껴보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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