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작가님의 책을 재미나게 읽었던지라 소행성이 들어간 제목에 호기심과 호감이 확 들어 읽게 됐어요. 25살 생일날 노래방 화장실에서 괴환의 칼에 맞고 사망한 유해리. 그런데 해리는 자신이 사망한 걸 몰라요. 독자는 그녀가 칼 맞아 쓰러지는 장면을 목격하지만 해리는 타임머신을 탄 듯 순식간에 시간을 회귀하거든요. 자신도 깨닫지 못한 새에 사망직전으로 돌아간 해리는 괴한인 줄도 모른 채 너무 가깝게 붙어있던 괴한을 들어받아 버려요. 사람을 죽일 정도로 제정신이 아니지만 피해자로 점찍은 해리의 태도에 너무 놀란 탓인지 남자는 달아나 버리구요. 대체 왜 저런담? 영문도 모른 채 해리는 무사 귀가해 가족들과 오붓한 밤을 보내게 됩니다. 사실 이 모든 마법 같은 일은 핑크별에서 온 외계인 소행성의 능력이었어요. 해리는 자신을 쫒아다니는 그를 스토커라 생각해 무서워 피하지만요. 사실 소행성은 미래를 보고 나쁜 운명을 막을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행성은 본인의 별에서 어떤 죄를 지어 그 죄를 사함 받기 위해 지구에 옵니다. 그리고 지구별 사람들이 나쁜 일에 휩쓸려 죽지 않도록 힘을 쓰며 죄의 무게를 깎아나갑니다. 외롭기도 하고 발랄한 성격의 해리에게 마음이 가기도 했던 소행성은 해리를 자신의 임무에 동참시켜요. 사건을 쫓아 바람처럼 달려나가는 핑크별의 외계인과 지구별의 사람, 이들의 핑쿠핑쿠한 로맨스와 함께 멋진 모험이 펼쳐지면 좋겠다고 기대하게 되는 소설이었어요.
그러나…….. 이 뒷부분을 덧붙여야 할지 말아야 할지 정말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혹시나 작가님께 상처를 드리면 어쩌나 작가님 기분 상하시면 또 글 쓰기 싫어지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어서요. 근데 독자로서 제가 넘넘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고민고민 하다가 부연합니다. 설정이 보다시피 정말정말 매력적이잖아요. 근데 설정이 주는 흥미로움을 어떤 표현들과 주인공의 성격이 좀 깎아먹는 부분이 있습니다. 25살 친구더러 “꺾어진 오십”이라고 한다거나 여성들의 쾌활한 성격을 두고 “얼핏 남성스러울 정도”라고 하는 식으로요. 25살 밖에 안됐는데 딸이 독신주의라서 잔소리 하는 부모님과 마찬가지로 독신주의 누나를 걱정하는 군대에 있는 남동생 등 주인공도 그렇고 주변 인물들도 그렇고 가치관이 90년대 말, 2천년대 초반 분위기를 풍겨요. 트와이스 같은 아이돌이 등장하는 걸 보면 지금 시대가 배경임은 분명한 것 같거든요ㅠㅠ 넘어지려는 걸 도와주는 사람한테 주인공인 해리가 당신 이거 성추행.. 이라고 얘기하는 부분도 그렇고 경찰서에 가서 스토커를 신고했다가 자기 뜻대로 사건이 해결 안되니까 경찰한테 비꼬듯 다시는 보지 말자 하는 부분도 그렇고 태도와 말이 개성이나 활기참으로 다가오는게 아니라 좀 안하무인 같은 느낌을 줘서 매력이 반감되요. 제가 좀 옛날 사람이라 젠더 감수성이 평균치를 못찍어 곤란할 때가 있는데 그런 제 눈에도 까끌까끌하게 와닿는 부분이 있느니만큼 요즘 친구들의 눈에는 더 그렇지 않을까 라는 걱정이 들었어요. 물론 캐릭터를 성격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밑밥일 수도 있겠지만 초반 이런 표현들에 흠칫한 독자들이 소설에서 확 물러나버리면 해리의 성장을 누가 알아줄까 하는 걱정에, 독자의 이런 부연이 건방질 수도 있겠다 생각하면서도, 짧게 글을 올려봅니다. 좋은 설정이 또 좋은 표현과 전개를 빌어 활짝 피어나기를 바라며 쓴 리뷰입니다. 혹시라도 마음 상하셨을지 모를 작가님께 미리 사과드려요ㅠㅠㅠㅠㅠ 또 부족한 감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