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픽 2203WK3

대상작품: <지구상 나의 마지막 청중> 외 4개 작품
큐레이터: 오메르타, 3월 23일, 조회 79

옴픽은 편집부 추천작이 발표되는 매월 1, 3주 수요일에 제가 뽑는 추천 작품 다섯 편의 목록입니다. 원래는 트위터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편집부 추천작 예상 목록을 올리던 것이었는데, 앞으로는 이곳에 공유하려 합니다. 

실제로 편집부 추천작과 일치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저와 비슷한 취향을 가지신 분들이 새로운 작품을 발견하는 길잡이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하지은

기계가 세계를 지배하고 소수의 생존 인류는 지하 갱도에 숨어서 살고 있어요. 주인공 시미터 교수는 기계와의 전쟁에 도움이 안 되는 약해빠진 음악가예요. 그런데 기계들의 모체인 마더봇이 음악을 이용해서 기계를 조종한다는 사실이 발견되고, 시미터 교수는 그 음악을 해독하기 위해 특공대와 함께 마더봇이 있는 곳으로 접근합니다. 이후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마치 즉흥 연주처럼 흘러가다가 충격적인 결말을 맞습니다. 

 

 

땀샘

조수석에 탄 불청객이 도로 정체를 유발한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불쾌하고 불길하고 서늘하고 끈적한 긴장감이 훌륭해요. 짧은 길이의 엽편이라서 집중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 타이트함을 유지할 수 있다면 좀더 긴 중단편으로 개작해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이필원

황폐화된 지구에서 백여년의 동면을 마친 기사가 30A 구역으로 향합니다. 그곳에는 거대한 삼나무숲이 있고, 그 숲을 지키는 파수꾼이 있는 덕분에 생명 징후가 보여요. 이 소설속 기사는 나이트(knight)가 아닌 엔지니어(engineer)이지만, 스토리의 전개는 용을 처치하는 기사의 모험담과 닮아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단편은 길가메시 서사시를 재해석한 것이거든요.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겨울볕

지구에서 몇만 광년 떨어진 외딴 곳의 어느 술집에서 한 나이든 벨테쿠시인이 군복을 입은 지구인을 보고 반가워 하며 말을 건넵니다. 소설 전체가 그의 말을 받아 적은 구어체로 이루어져 있어요. 지구와 벨테쿠시는 지금은 공고한 연합체이지만, 두 종족이 처음 만났던 과거에는 전쟁을 했더랬습니다. 쭈그러든 날개 세 장과 낡아빠진 귀 네 개를 달고 있는 노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 보세요. 사소한 오해가 불러온 참상과 슬픈 결말을요. 

 

 

진소향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단편에서는 호환에 시달리는 민초들의 처절한 삶을 다룹니다. 그나마 하나 있던 무관은 죽은 아내를 대신할 어린 처자를 데리고 떠나 버려요. 그가 별 생각 없이 뱉은 말 때문에 범에게 어린 여자를 지속적으로 바치는 일이 벌어졌는데도 말이죠. 제물로 지목된 ‘가람’은 산속을 헤매다 의문의 여인 ‘시니’를 만나고 범에 맞서 싸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