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취약함은 다양합니다. 그에 따라 우리는 때로 상대적 약자가 되기도, 강자가 되기도 하지요. 그런데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약자로서의 정체성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작은 아이의 몸으로 거대한 세상에 사는 일이지요. 어른이 되지 못하고 죽는 아이들은 있지만, 아이였던 적이 없는 어른은 없습니다. 2022년의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아동 관련 이슈는 아마 ‘노키즈존’에 대한 갑론을박 아닐까요. 그리고 그런 중에도 이 땅 어느 곳에선가는, 아이가 가장 안전해야 마땅한 공간에서, 아이들이 모여있는 어린이집이나 아이의 전부인 가정에서 고통받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학대를 말하는 소설들도 있습니다.
1)녹차빙수 작가의 <유폐>
<유폐>는 화자가 시골에 살던 어린 날 겪었던 끔찍한 사건에 대해 회고하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요괴’라는 개념에 대해 깊게 다루는 슬픈 공포물이지요. <유폐>는 아동학대에 대해 정면으로 다루는 작품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읽고나면 독자의 마음엔 질문 하나가 떠오릅니다. 화자와 동생은 어린 날 받았어야 할 어떤 보호를 받지 못한 것일까. 그 보호를 하지 못한 것은 누구일까.
2)서계수 작가의 <아이가 많았던 아저씨>
‘이웃집 아저씨’. 친근하고도 무서운 단어입니다. 아이들에겐 특히 그렇지요. 서계수 작가의 이 짧은 엽편은 그 지점을 다룹니다. 소설의 결말에 이르렀을 때 차오르는 감정은 안도감이 아니고, 독자로서 바라보게 되는 인물은 주인공인 아이 뿐이 아닙니다. 소설에서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옷의 주인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저는 자신의 아이를 안아주는 이야기 속 등장인물도, 이러한 질문을 던졌고 같은 감정을 느끼며 같은 얼굴을 바라보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3)조제 작가의 <엄마가 날 때렸어>
아주 짧은 글입니다. 엄마가 날 때렸어. 아이들에게 이보다 슬프고 무서운 일은 드물지 모릅니다. 물리적 폭력이 아이들의 마음에 미치는 영향을 아이의 시선에서 서술한 호소력 짙은 글이에요.
4)배명은 작가의 <달빛 아래서 강강술래>
<달빛 아래서 강강술래>는 아동 중에서도 더욱 약자인 여아들이 겪는 고통을 다룹니다. 아동학대와 또래 남자 아이들의 폭력으로 억눌린 채 살아가던 여자 아이들은 깊은 산속 달빛 아래서 모여 손을 잡고 돕니다.
5)유자서 작가의 <고딕의 밤_귀신과 함께해요>
유자서 작가의 <귀신과 함께해요>는 아동학대를 아주 직설적으로 다룹니다. 서사를 끌어나가는 소재 자체가 그것입니다. 주인공 동우가 경험하는 고난은 아이가 겪어서는 안 되는 종류지만 결코 드물지도 않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집에서 아무도 바라봐주지 않는 삶을 견뎌내는 동우는 한 명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어째서 그 아이들을 발견하지 못할까요.
6)빗물 작가의 <너와 내가 그러하던 밤>
제시된 문장으로 시작하는 브릿G 내 소일장 참가작입니다. 아동학대의 생존자가 자신과 같은 아이를 목격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엽편이에요.
우리는 얼마나 많은 아이들을 지키지 못해왔던가요. 사회적 참사로 잃은 아이들, 범죄나 사고를 당한 아이들, 양육자나 교육자의 손에 죽은 아이들,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이들… 그리고, 그런 일들로부터 살아남은 아이들. 우리 대부분 역시 어딘가로부터 살아나왔을 것입니다. 그런 우리가 지켜지지 못한 과거의 나, 그리고 과거의 아이들에게 영원히 끝나지 않을 참회를 하는 길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알 수 없지만, 저는 오늘도 길에서 아이가 보이면 눈을 떼지 못합니다. 아이를 잃는 일은 순간이고 책임은 영원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