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픽 2112WK3

대상작품: <곰팡이> 외 8개 작품
큐레이터: 오메르타, 21년 12월, 조회 127

옴픽은 편집부 추천작이 발표되는 매월 1, 3주 수요일에 제가 뽑는 추천 작품 다섯 편의 목록입니다. 원래는 트위터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편집부 추천작 예상 목록을 올리던 것이었는데, 앞으로는 이곳에 공유하려 합니다. 

실제로 편집부 추천작과 일치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저와 비슷한 취향을 가지신 분들이 새로운 작품을 발견하는 길잡이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ycho

형사인 한결이 도착한 현장은 한 남자가 고독사한 것으로 보이는 집입니다. 마스크와 보호복으로 무장한 한결이 진입한 집은 전체가 검은 곰팡이로 잠식당해 처참한 모습이었지요. 사체 역시 안팎으로 검은 곰팡이가 가득했어요. 그곳에서 가져온 수상한 화분 탓에 끝내 한결의 손가락 끝에도 검은 염증이 생기고, 청결을 유지해 온 집 안에도 출처 모를 흙부스러기가 나타납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스멀스멀 번식하는 곰팡이의 퀴퀴한 악의가 (좋은 의미로) 기분 나쁜 작품입니다. 

 

 

장아미

슬쩍 밀었다가 휙 당기는 손풍금의 선율에 맞추어 발을 까딱이면 발가락 사이로 고운 모래가 간지럽히네요. 작렬하는 태양의 찬란한 조각들을 머금은 파도가 와르르 몰려왔다가 딴청부리며 멀어져요. 멀리서 손을 흔드는 꼬마는 나를 부르는 걸까요. 그냥 이를 드러내 웃으며 나도 손을 흔들어 줍니다. 곁에서 누군가 손을 내미네요. 인생의 인연을 만난 것 같기도 하고, 아주 잠깐 기분 좋은 낮잠에 빠졌던 느낌이기도 해요.

 

 

꾸룩

배낭 하나만 짊어지고 전국여행을 떠난 ‘나’가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박’이라는 여행자에 관한 짧은 이야기입니다.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 경계심이 누그러질 즈음, 1인분을 팔지 않아 먹지 못 하던 부대찌개도 먹으러 가죠. 그런데 맛있게 먹는 나와 달리 박은 밥을 깨작이며 비가 내리는 하늘에만 관심을 쏟아요. ‘의미 없는 여행’이 의미를 갖게 되는 그 한 걸음의 여운이 길게 남습니다.

 

 

김태민

우리 모두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다고 느낄 때가 있죠. 지친 영혼이 무거운 육체를 짊어지고 관성에 의해 살아가고요. ZCTI 일명 좀비 적합성 테스트를 하는 어플이 있는데요. 핸드폰 화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통해 자신이 좀비인지 아닌지 혹은 얼마나 좀비화 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생기 없이 살아가는 직장인들은 대부분 좀비 100%가 나올 것 같네요. 예상대로 지독히 현실적인 좀비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아오, 사는 게 팍팍하죠?

 

 

양 원

벤잘은 살아생전의 기억이 없는 여자 귀신입니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아서 귀신이 된 이후 처음 본 광고문구에서 자기 이름을 따왔어요. 공원에서 멍 때리는 벤잘에게 한 아저씨가 할 일 없고 심심하면 자기랑 함께 일을 하자네요. 사실 할 일이 없기도 했고, 보수가 매력적이어서 퇴마 전문 흥신소 사장의 귀신 직원으로 취직을 합니다. 

두 인물 뿐만 아니라 귀신을 볼 줄도 모르는 주제에 퇴마 컨텐츠로 연예인 흉내내는 사이비 박수, 귀신이 무서워서 호신부를 목에 걸고 다니면서도 사장의 제자를 자처하는 중학생 등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도 좋아요. 퇴마하는 과정에 추리 요소가 가미되어 흥미는 배가됩니다. 이제 막 두번째 사건이 시작되었으니, 여러분도 함께하세요!

 

 

[12월 2차 편집부 추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