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이라 하면 보통은 어린 아이들이 갖고 노는 인형을 가리키는 것이 맞지요. 예쁘고 귀여운. 하지만 장르 팬들은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처키나 애나벨처럼 사람을 갖고 노는 인형을 먼저 떠올리고야 마는 것이에요. 사람이 아닌 것이 사람의 모습을 하고, 소년 소녀의 친구여야 할 것이 도리어 사람들을 위협하는 괴리감 덕분에 호러 쪽에서는 꽤 인기있는 소재죠.
여기 인형이 등장하는 소설들을 모았습니다.
등장인물들은 이사한 집에서 인형을 발견하거나,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거나, 혹은 자동판매기에서 구입을 하는데요. 그것이 일생일대의 실수일 거라는,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의 씨앗일 거라는 당연한 사실을 모르나 봅니다.
다른 작품들에서는 인형을 만들다가 정신이 이상해지고, 한밤중에 인형극을 하는 소년이 찾아오고, 방 안에 있던 인형들이 소동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한 편씩 읽어 보시고, 앞으로 이런 인형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할지 인형 서바이벌 수칙을 정리해 두는 것도 좋겠지요.
브릿G에서 ‘인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단연코 <사쿠라코 이야기>죠. 도입부에서 일본 교토에 전해 내려오는 사쿠라코라는 아이와 인형에 관한 괴담을 소개하고, 주인공 부부가 딸과 함께 교토에 여행 중인 장면으로 전환되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찔해집니다. 숙소 한켠에 기모노 입은 인형을 파는 자판기가 있다면 절대 체크인을 하지 마세요.
소녀는 밤에 거실에서 TV를 보는 중이었어요. 갑자기 정전이 되더니 아파트 17층 베란다를 통해 강시 옷을 입은 노인과 그를 ‘스푸’라고 부르는 소년이 들어와요. 노인은 소녀의 아빠가 있는 안방으로 가고 소년은 소녀에게 그림자 공연을 보여 줍니다. 공연은 소년의 가슴 아픈 사연을 담은 내용이었는데, 이들이 소녀의 집을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번에는 조금 큰 인형입니다. 절벽에서 강으로 추락한 아내의 시신도 찾지 못한 채 장례를 치른 주인공은 방송 PD로서의 복귀작을 위해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는 밤에 국도를 달리다가 차사고를 냅니다. 한 여자를 따라 산속을 헤매다 외딴 곳에서 줄지어 서 있는 허수아비들을 만나요. 그런데 그 중 하나가 죽은 아내를 꼭 닮았단 말이죠. 확실한 재미와 현장감을 인정받아 웹툰으로도 만들어진 작품이에요.
깔끔한 서양식 2층 주택으로 이사한 주인공은 계단 아래에 어설프게 마감된 벽을 발견합니다. 구멍까지 나 있어서 뜯어보니 안에 레이스 모자에 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봉제인형이 있어요. ‘지난 주인이 자신을 험하게 다루어서 죽여 버렸다’는 쪽지까지 친절하게 지니고 있었는데, 주인공이 그 말을 믿을 리가 없겠죠.
엄마가 이사해 홀로 살고 있는 시골 마을 모성리에 간 딸이 이상한 일들을 겪습니다. 폭력적이던 아빠는 술 취해 머리를 다쳐 사망했는데, 엄마의 집에는 아빠에게 매 끼니에 국을 차려 줘야 한다는 내용의 메모가 있고, 이불 아래엔 아빠의 안경을 쓴 인형까지 누워 있어요. 여자들만 사는 이 마을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해외 출장이 잦은 김대리는 유럽의 어느 나라에 갔다가 딸의 선물을 구입하기 위해 장난감 가게에 들릅니다. 그곳에서 정신을 홀딱 빼앗는 인형을 발견하는데, 주인장은 그 인형은 파는 물건이 아니라며 옛날 이야기를 해줍니다. 결국 다른 인형을 사 들고 왔는데…….
화자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을 때, 혼자 하는 숨바꼭질이라는 놀이가 유행했어요. 인형에 귀신을 불러들인 후, 칼로 몇 번 찌른 다음, 날 찾아보라며 어두운 곳에 숨는 놀이죠. 학교에서 친구들이 흥분하는 동안에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화자도 마침내 밤에 학교에 숨어들어 그 놀이를 해 보는데요. 숨막히는 숨바꼭질이 시작됩니다. 꼭꼭 숨으세요!
두 명의 인형가가 있어요. 남자는 예쁜 인형을 추구하고, 여자는 진짜 사람 같은 인형을 만드는 데 집중합니다. 그런데 원래 인형에 눈을 만들어 넣는 것을 꺼리던 여자가 어느날부터 눈 만들기에 몰두해요. 왠지 성격도 달라진 것 같아요. 여자가 원하는 건 뭘까요?
여섯 살 아이가 자다가 여러 목소리가 떠드는 소리에 잠이 깹니다. 그런데 가위에 눌려 꼼짝도 못 하고, 한밤중의 소동을 듣고만 있게 돼요. 떠드는 것은 방 안에 있던 인형들이에요. 삐에로가 대장 행세를 하며 다른 인형들을 해치고, 아이를 잡아먹겠다고 덤비는데요. 아이의 첫 인형인 악어가 사람 고기를 제대로 먹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나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