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픽 2111 WK1

대상작품: <제발 조금만 천천히> 외 7개 작품
큐레이터: 오메르타, 21년 11월, 조회 120

옴픽은 편집부 추천작이 발표되는 매월 1, 3주 수요일에 제가 뽑는 추천 작품 다섯 편의 목록입니다. 원래는 트위터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편집부 추천작 예상 목록을 올리던 것이었는데, 앞으로는 이곳에 공유하려 합니다. 

실제로 편집부 추천작과 일치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저와 비슷한 취향을 가지신 분들이 새로운 작품을 발견하는 길잡이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오메르타

예, 저예요. 뻔뻔해 보여도 할 수 없어요. 재밌어요.

지독한 숙취와 함께 아침을 맞은 김채하는 제멋대로인 엘리베이터와 실랑이를 한 끝에 어렵게 편의점에 가요. 그런데 편의점에도 거리에도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질 않네요. 채하가 걱정이 되어 데리러 왔다는 옆집여자 한지원은 세상이 이상해졌다며, 큰 길에 방치된 시체를 보여 줍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요?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갔을까요? 채하와 지원의 핑크빛 미래는? 

 

 

하늘느타리

설정 하나만으로도 확실한 재미가 보장되는 단편이에요. 이 단편은 성리학, 더 정확하게는 관상과 풍수가 사회의 근간이 된 미래의 조선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웃다가 생각해 보니, 타고난 대로 살아야 하고, 지역에 맞게 생활해야 하는 점이 어찌 보면 현실과 닮은 구석이 많은 것 같기도 하네요. 

약쑥봉(전자담배)을 피우는 포도대장 강문수는 관상공학연구소에서 벌어진 인질극을 해결하기 위해 자동가마를 타고 현장에 출동합니다. 거짓말을 잘 하는 관상을 가진 사이보그 ‘사필귀정 13호’가 그 소동의 범인이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갓끈을 고쳐 메고 강문수의 활약에 동참하시지요. 

 

 

 

정비정

고향 올겐트라를 떠나 적대관계인 야림의 산골에서 만난 남자 미크르와 함께 살던 수이는 전쟁으로 미크르를 잃고, 난데없이 상속권을 주장하는 편지에 집마저 빼앗길 상황에 처합니다. 집을 떠날 준비를 하던 어느날 새끼를 밴 땅고양이와 비밀스러운 성에 사는 여자아이 홀치사가 찾아오는데요. 땅고양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고양이와는 조금 다르게 생겼지만, 하는 짓은 아주 귀엽답니다. 수이를 더욱 조급하게 만들면서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예고하는 편지가 당도하고, 홀치사의 정체에 대한 실마리가 살짝 드러나는 중입니다. 

잠깐 스치듯 지나가는 인물들과의 짧은 대화로 캐릭터를 묘사하는 점도 훌륭하고, 한가로우면서도 비밀과 위험이 도사린 산골 생활에 대한 묘사 역시 읽는 이를 빠져들게 합니다. 아직은 연재 초반부라서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지만, 매우 흥미롭고 멋진 이야기가 될 것은 확실해요. 

 

 

 

이마콘

이마콘 님의 작품들은 작중배경과 관계 없이 말로 표현하기 힘든 특유의 정취가 있어요. 웃음을 짓게 하는 면에서는 위트라기 보다 해학에 가깝고, 집에 얽힌 공포물 역시 하우스 호러라 부르기 보다는 지박령 이야기라고 칭하는 것이 맞는 느낌이죠. 그리고 문장들에 공통적으로 약간의 쓸쓸함이 묻어나요. 

<서예의 비밀>은 유대감 댁에 전해 내려오는 능력으로 서예를 통해 글자에서 강아지나 호랑이 등이 일어나 살아 움직이게 한다는 환상적인 설정이 몹시 매력적입니다. 그 능력을 오빠 정이에게만 훈련시키는 부친이 못마땅한 연이는 몰래 숨어서 기술을 배웁니다. 그러다 괴상하게 생긴 호랑이를 불러내서 큰 소동이 벌어지고, 꾸중을 들은 연이는 가출을 감행해요. 이 과정에서 연이를 돕는 존재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유대감 댁의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요?

 

 

 

유티아

눈 앞에서 어지럽게 날개짓 하는 나비 한 마리. 이 문구에서 연상되는 어지러운 이미지와 독특한 리듬감으로 쓰여진 미스터리 판타지 작품입니다. 유티아 작가님이 섬세하게 세공하신 짧은 호흡의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직접 현장에서 눈을 깜빡이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이야기는 나비를 따라 걷다가 어떤 백작의 성에 당도한 소년이 기묘한 성과 나비 백작의 정체에 관한 미스터리를 풀어 나가는 내용이에요. 궁금증을 풀고 싶은 마음으로 안개 속으로 걸어 들어갈 용기가 있는 소년은 물론이고, 완벽하지만 어쩐지 비인간적인 집사와 친절한데 뭔가 집착을 보이는 소녀, 그리고 드디어 충격적인 모습을 드러낸 백작 등 캐릭터들도 매력적입니다. 

작가님, 마지막 조각을 기다립니다. 

 

[11월 1차 편집부 추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