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스티 문학상 발표와 함께!
크리스마스가 있으면 산타가 오고, 할로윈이 있으면 제이슨이 오듯이(뭐?;) 공모전이 있으면, 누가 온다? 제가 옵니다. 어쩐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어쨌든, 왔습니다, 향기만을 남기고 아깝게 사라진 음료들!
순서는 심사평 순이며, 예심언급작 → 본심언급작 순으로 작성했습니다.
=======예심언급작=======
「어서 오세요, 새벽의 커피가게에」와 「결혼계약서」, 「기억의 커피」 역시 개별적인 장점이 하나씩은 확보되어 눈에 띈 작품들이었다.
「어서 오세요, 새벽의 커피가게에」는 주제에 부합하는 이야기를 연작 형태로 흥미롭게 풀어냈지만, 강렬한 한 방이 부족했다.
「결혼계약서」는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었지만, ‘커피’가 주제보단 소재 요소로 강하게 작용한 게 아쉬웠다.
「기억의 커피」는 구성이 매우 독창적이었으나, 이야기 얼개가 아직 잘 다듬어지지 않아 아쉬웠다.
「한 잔의 피와 커피」, 「미망인이 주는 박하차는 위험하다」, 「카페 하모니」, 「어떤 커피부터 사원복지라고 할 수 있는가」, 「시어머니와의 티타임」는 모두 주제의식이나 완성도, 흡인력 등 개별적인 장점이 잘 살아있던 작품이라 마지막까지 고심하게 되었다. 앞선 요건을 모두를 만족하기에는 약간씩 부족했지만, 각기의 장점 또한 뛰어나 어느 하나 골라내기 어려웠다.
「찻집의 숙녀」와 「녹차꽃」은 잔잔한 분위기가 매력이 있었으나 임팩트 있는 사건과 장르적 색채가 부족했다.
「스페셜 블렌드」는 강렬한 설정이 눈길을 끌었으나 이야기가 갑작스럽게 끝난다는 인상을 받았다.
「엉겅퀴 언덕에서」는 도입부가 흥미로웠으나 사건의 당위성이 부족했다.
「마지막 홍차」와 「제 오류는 아주 심각한 것 같아요」 두 작품 모두 서정적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으나 「마지막 홍차」는 단조로운 전개가 아쉬웠고 「제 오류는 아주 심각한 것 같아요」는 이야기가 크게 새롭지 않았다.
[브릿G 내에 작품 없음]
「한밤중의 티파티」는 학창시절의 한 페이지를 엿본 것 같은 환상적인 소동을 유쾌하게 담아냈으나 다소 어색한 문체와 더불어 장르적 임팩트가 부족하게 느껴졌고, 「그곳에 ‘커피 5’」 역시 미지의 공간에 대한 충분한 마무리가 뒷받침되지 못했다는 인상이었다.
[브릿G 내에 작품 없음]
「카페 데드엔딩」은 팬데믹 시대에서 이국의 카페 투어가 주는 여흥은 즐거웠으나 그 계기가 된 사건의짜임이나 캐릭터 설정, 전개 방식이 다소 거칠고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
[브릿G 내에 작품 없음]
「커피가 식기 전에 *** **드립니다.」는 경성을 배경으로 한 중심 캐릭터들의 활약은 일면 매력적이었으나 트릭이 가볍게 느껴졌고 연작을 염두에 둔 시리즈의 특성상 완결성 있는 작품으로 보기엔 한계가 있었다.
「너에게, 우리의 향기로」는 흥미로운 발상과 감성적인 분위기가 돋보였으나 작품 전반에서 드러나는 익숙한 장치들이 고유의 매력을 전달하는 데 실패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아홉 잔의 차」는 장르 특성에 맞는 문체와 차에 대해 주고받는 인물들의 대사가 고루 매력적이었으나 사연의 얽힘이 다소 진부하고 맺음이 허무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2900원」은 두 인물의 생활상에서 기인한 차이와 연대를 매끄럽게 담아내는 서사가 인상적이었고, 「저 바다 건너에」는 비현실적인 캐릭터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그 독특한 과잉에 빠져들게 하는 묘한 흡인력이 있었으나, 두 작품 모두 결정적인 장르적 특색이 부족하여 고민 끝에 본심에는 올리지 못했다.
다음 몇 작품들은 아쉽지만 본심에 올리지 못했다.
살인 후 정전이 일어난 카페를 배경으로 우연히 그곳에 들른 작가 탐정이 사건을 해명하는 「순환고리」는 플롯은 단순한 편이고 결말이 지나친 우연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극적인 설정이 재미를 주는 단편이었다. 결말에서 멋들어진 모습으로 떠나는 탐정을 보며 연작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묘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환각찻집」은 매끄럽게 풀리는 작품이었다. 하룻밤 ‘무언가’에 홀렸다 일상으로 돌아온다는 구전 괴담을 현대식으로 풀어내는 방식이 좋았으나, 결말이 익히 짐작 가능하고 많이 잔잔해서 조금 아쉽다. 조금 더 공포가 강조되거나, 아니면 환상에 개연성이 부여되면 좋을 듯하다.
[브릿G 내에 작품 없음]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읍내 다방 살인마』는 독특한 재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강간이 피해자의 흠이 되는 사회 분위기, 나태하고 부패한 경찰,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린 당시 시대상 등이 입담 좋은(그러나 선인이라 보기는 어려운) 화자의 입을 통해서 유쾌한 한편 씁쓸하게 서술되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당시 사건을 지켜본 경찰의 회고록이 있다면 정말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다만 테이스티 문학 공모전의 주제 의식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배경에 가끔 다방이 등장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음료가 아무 기능을 하지 않는 작품이었다.
「살청(殺靑)」은 인도 차 농장을 배경으로 미신적인 연쇄 살인 사건을 독특하고 매력적인 분위기로 소화한 작품으로 반전이 돋보였다. 다만 전개가 독자들에게 공정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고, 캐릭터의 당위성이 부족한 점이 아쉽다.
아쉽게도 본심에 올리지는 못하였으나 인상적이었던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살인자의 고백」은 마음에도 없는 혼인을 한 조선 시대 여성이 차를 이용해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경위를 그린 작품으로, 비극적인 사건을 담담한 편지글 형식으로 전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지만 이야기가 너무 단조롭게 흘러가기에 후반부에 좀 더 긴장감을 살릴 수 있는 장치가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죽음을 인지 못 한 채 세상을 떠난 영혼이 거치는 ‘마지막 정류장’이란 저승의 찻집을 무대로 펼쳐지는 「즉사했어요?」는 다소 상투적으로 느껴지는 요소들과 소재의 활용 면에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속도감 있는 전개와 인물 간의 조합이 좋았고 저승추리물로서 이야기를 더욱 발전시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 다루」는 중국차 전문점에서 신입 바리스타를 채용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그려지는데, 동양 판타지적 요소와 아기자기함이 돋보였지만 이야기를 충분히 전달하기에 세 편의 연작으로는 부족해 보였고 결론적으로 미완의 작품으로 그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본심언급작=======
[브릿G 내에 작품 없음]
[시어머니와의 티타임]
전형에 딱 맞춰진 미국식 호러 스토리의 한국 버전입니다. 공들인 세부 묘사가 효과를 돋워 주네요. 인물에 한 가지 정도는 특이한 점이 있어도 좋을 것 같아요.
「시어머니와의 티타임」은 누군가를 증오한다면 무언가를 먹는 소리조차 거슬리듯, 티타임이란 게 고역의 시간이 될 수 있음을 한껏 드러낸 작품이다. 화자를 비롯한 모든 등장인물이 호감을 가질 수 없는 유형인데도, 드라마틱한 전개로 단숨에 읽게 하는 힘이 있었다. 몇몇 장면에서 희극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 캐릭터 묘사는, 의도한 바인 듯하나 도리어 공포감을 떨어뜨려 아쉬웠다.
[브릿G 내에 작품 없음]
[눈물이 달콤한 이유]
현실 판타지에 얹은 참으로 로맨틱한 로맨스. 장르적으로 정합성이 높은 점은 장점입니다. 하지만 차라는 소재와 수신의 결합이 완전히 매끈하지는 못했습니다.
「눈물이 달콤한 이유」. 흔들리는 감정과 고즈넉한 정취를 그려 내는 섬세하고 감성적인 묘사가 뛰어나서, 티타임을 즐기듯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작중의 이존재는 이런 장르에서 그려지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그다지 흥미를 돋우지 않았는데 더 개성을 부여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커피 과다복용의 유래]
균형이 좋지 않지만 힘이 좋습니다. 확 내지르는, 막나가는 이야기가 갖는 특유의 기세를 놓치지 않았어요. 중후반 주인공이 홱 돌아서 사정없이 상승 확장되어 가는 부분의 통쾌감만으로도 가치가 있습니다.
「커피 과다복용의 유래」. 심사작 중에서 가장 커피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킨 작품이었다. 쉼 없이 달리는 듯한 단도직입적인 전개에는 때로 피로감이 느껴졌지만, 재치 있는 상황과 표현들이 이를 상쇄하여 통쾌하면서도 씁쓸한 복수가 기다리는 결말까지 달리게 했다.
[녹색빛 연구]
작중 세계 및 인물에 관하여 작가가 가진 애정과 열의가 잘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이야기의 방향이 드러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고 이야기를 닫는 결말부에도 미흡함이 있지만 절정부의 대결 장면은 무협을 연상케 하는 긴박감으로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수제라고는 하지만 빅토리아 시대란 배경에 녹차 티백이 자연스럽게 등장할 만한가?라는 의문은 일단 차치하고, 「녹색빛 연구」는 하나의 색으로 테마와 캐릭터, 연쇄 살인의 전말을 절묘하게 연결시키는 공력이 돋보였다. 이야기 전개와 캐릭터의 전형성 면에서는 아쉬운데 고전 오마주가 아닌, 작가의 다른 작품을 기대해 보게 된다.
[브릿G 내에 작품 없음]
[검은 짐승들]
괴담을 쭉 풀어낸 것에 가까운 이야기로, 소재에 대한 애정이 보입니다. 동물성 재료를 우린 것은 차라기보다는 육수가 아닐까 하는 사소한 의문이 약간 방해가 되며 담고 있는 이야기에 비해 길이가 길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경계하는 것보다 가장 무서운 부분을 결정해 거기를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연구자이자 작가인 화자의 시점에서 풀려 나가는 「검은 짐승들」은 매끄럽게 읽히는 고풍스러운 기담이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인물과 전개 방식이 너무 무난하다는 인상이었고, 특히 수상한 차의 정체는 공포 장르에서 진부한 소재이기에 초반부터 단서를 굳이 명시적으로 드러낼 필요도 없어 보였다.
[고독]
인물들의 언행, 세력 간의 관계를 비롯해 많은 면에서 무협으로서 설정이 잘 달라붙지 않네요. 기존의 규칙을 허물고 새 규칙을 만들려면 작중에서 그 짜임새가 느껴져야 하는데 그렇지는 못합니다. 일반적으로 ‘소협’은 자기보다 연배가 위인 사람에게는 쓸 수 없는 말이며 끝 부분 로맨틱한 트릭으로 작용하는 ‘기일’은 ‘기념일’과는 다른 말입니다. 그러나 부분부분 작가가 자기 글을 사랑하여 공들인 흔적을 볼 수 있어서, 앞으로의 발전을 응원하게 됩니다.
차를 즐기는 무림 고수들이 호방하게 살인 사건 해결에 나서는 「고독」은 거침없이 내달리는 전개가 인상적이고 결말에서 드러나는 주술의 정체가 근사했다. 다만, 진입 장벽이 있는 장르인 만큼 작중의 세계가 좀 더 섬세한 방식으로 전달이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고, 미스터리를 추리해 나가는 과정 역시 단서 제공 면에서 공정성이 부족했다.
[좀비보호구역]
최근 십여 년간 흥행이 잘되어 온갖 곳으로 가지를 뻗은 좀비물의 한 변형으로서 흥미로운 단편입니다. 단편인 만큼 작중에서 모든 가능성을 다 탐색한 것은 아니지만 타자화되었던 존재의 복귀를 중심으로 배제와 수용이라는 굵직한 테마를 잘 유지해 재미있습니다. 다만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대한 예찬에 진심이 흘러넘쳐 감각적 즐거움을 주는 것과 별개로 사람을 무엇인가로 가공한 것 같다는 오싹한 짐작에 페이스트리는 잘 맞지 않는 느낌은 듭니다.
멸망의 기운이 느껴지는 제목이지만, 막상 읽고 보니 「좀비보호구역」은 일상의 회복에 초점을 맞춘 명랑하고 따뜻한 이야기였다. 좀비를 다룬 여타 작품에 비해 그려지는 피해의 정도가 경미한 데다, 재난 상황의 한국에서 있을 법한 생활감 넘치는 장면에 요즘의 현실을 겹쳐 읽는 듯한 느낌도 주었다. 사건의 굴곡이 부족한 점은 아쉬웠고, 아포칼립스의 설정도 약간 편의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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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수고하셨습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