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뼈수집가, 그의 구독란을 털어보자(1) 이달의큐레이션

대상작품: <10개월 – 1 (제1회 종말 문학 공모전 대상작)> 외 11개 작품
큐레이터: 보네토, 20년 2월, 조회 200

브릿G 3주년 이벤트를 통해, 제 구독란의 구독 및 공감 작품은 7페이지 분량, 138개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버튼 누르고 댓글 다는 게 좀 짠 편인데요, 사람이 타고 나길 좀 많이 낯을 가려서 그렇습니다…… 제 사회성은 오프라인(주로 직장)에서 전부 산화되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들어오면 발휘할 분량이 10mg도 안 남게 되거든요.

그 희박한 사회성으로 조공한 공감,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아, 물론, 안 궁금하셔도 밝혀드릴 생각입니다.

 

공개합니다, 제 구독란 중, 이런 카테고리!

(순서는 구독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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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1. 에미야, 입맛이 쓰다

 

제가 브릿G에서 최초로 구독했던, 10개월입니다. 유료입니다만 뭐 어떻습니까?

여자들이 전부 남자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여자가 없으면 뭐, 평범하게(?) 인간 증식은 불가능해지겠죠. 남자로 변한 아내와 자기 아들을 용서할 수 없는 남자, 남자로 변한 여자친구를 바라보는 청년, MTF 트랜스젠더와 남자가 되어버린 전직 BJ, 성녀를 앞세운 장로 등 다양한 인간군상이 등장합니다. 결말은 희망적이기도, 앞으로의 미래를 상상하자면 불길하기도 해요.

그래도 행복하길 바랍니다.

 

이미 단편선으로 구성되어 나왔죠. 안 읽어보신 분은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하는, 감겨진 눈 아래에입니다. 가능성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어후- 싶어지는 글이죠.

제가 아는 세상이 저렇게까지 비이성적이게 변하는 일이 없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경계인 A님의 글은 상처에 소금을 치고 후벼파는 듯한 맛이 있습니다. 귀 바로 옆을 스쳐지나간 수류탄이 뒤에서 터지고, 그 폭발음으로 청력이 잠시 마비된 중간의 먹먹함 속에서 정신을 놓고 헤매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는 글이죠. PTSD를 글로 체험하고 싶으신 분께 추천합니다.

(+ 검자줏빛튤립의 로맨스 태그는… 믿으시면 당합니다! 당해요! 크게 당합니다!)

 

제목만 봐도 엔딩 때의 충격이 기억나는군요. 이뤄질 것 같은 커플의 아름다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은 모성의 신비, 그렇게 훈훈하고 아름답고 따사로웠던 글이 한 방에…!

 

이 글도 안 읽어보신 분 거의 없지 싶습니다. …어째서 쏙쏙들이 출간작들만 가져오냐고 이 큐레이션을 보신 분들이 제게 물어보실 법 해집니다만, 그것은 제 눈이 고급스러워서 그런 것입니다(근엄) 분명 저의 구독들이 먼저였으며, 저의 안목은 이렇게나 훌륭합니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글 아닐까요? 그리고 범인은…! (읍읍읍)

 

이 글을 처음 읽었을 때, 저는 압도당했습니다. 사람이 이런 생각을 떠올릴 수도 있구나 하고요. 상상도 못해 본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말이 어울린다면) 너무 현실적이고 사실적이어서 한동안 멍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많이 무서워하셨는데.”

큰따옴표로 따와서 위에 쓴 저 대사, 읽어보세요, 3초입니다. 3초밖에 안돼요. 그러나 이렇게나 무겁고, 무섭습니다. 저희가 이렇게 묵직한 말을, 더 이상 상상할 수 있을까요?

 

전쟁은 이렇게나 비참한 일입니다. 이 편지는 어머니께 닿을 수 있었을까요?

그럼에도 전쟁은 이렇게나 무책임한 일입니다. 비참함으로 눈을 덮어, 가해와 피해를 훑어놓을 수도 있으니까요. (옆 나라에서 자주 보는 일이기도 하지요)

 

거, 그런 말 있죠. 있을 때 잘하라고.

하늘님(Oo, Xx님) 글은 클릭하는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고, 읽는 사람을 집중시키는 맛이 있습니다. 부드럽고 다정하게요. 글을 읽는 내내 잘 대접받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쪽 손은 마사지, 이쪽 손은 아로마. 그리고 그렇게 사람이 녹아가는 동안 몹시 정갈하게 준비한 몽둥이로 뒷통수를 깨부수시지요. 빠악!

죽어가는 사람은 그저 입맛이 씁니다.

 

후안님(매도쿠라,엄성용님) 글 중에는 꼼꼼하게 계획하여 차근차근 쌓아올린 젠가 같은 느낌을 주는 글들이 있습니다. 절목이 그래요, 단단한 젠가의 탑! 읽은 소감은, 정말 잘 구성된 글이구나였었죠. 사건이 있고, 그 사건의 원인이 있고, 그 사건의 원인은 또 이러하며, 최초의 사건은 이렇습니다. 아니, 아니, 으아니? 헐. 이 되고야 말겠지요. 그렇게 단단한 젠가의 탑이 와르르 무너집니다. 속 시원하게 폐허가 되지요.

종말 앞에 정말로 선한 사람은 없겠습니다만, 믿음이 여러 번 부서지는 현장을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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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12개 추려왔으니, (2)는 뭐, 나중에 시간 나면 꺼내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