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로위인(活老僞人) 가장무도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달의큐레이션

대상작품: <여우녀> 외 6개 작품
큐레이터: 렝고, 19년 10월, 조회 117

올해도 또다시 10월 31일이 다가왔습니다! 네, 바로 그 계절이에요! 죽은 자들은 살아 움직이고, 산 자들은 코스튬을 입고 움직이고, 브릿G에서는 소일장이 열리는 바로 그 계절이죠! 무슨 계절이냐고요? 당연히 활로위인(活老僞人) 아니겠어요!

아니, 할로윈이면 할로윈이라고 하면 되지, 왜 활로위인이라고 써가면서 굳이 어려운 한자까지 붙이냐고요? 좋은 질문입니다! 왜냐하면 지금,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풍의 설화들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을 모은, 특별한 가장무도회를 열 계획이거든요! 그래서 이름도 活老僞人, 늙어 죽었거나 가짜인 인간들이 살아 움직인다고 하지 않았나요? 어때요, 생각보다 으스스한 네이밍이죠?

오늘의 가장무도회는 가장무도회인 만큼, 여러분들도 코스튬을 입거나, 적어도 가면을 쓰고 들어오셔야 해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흔히 말하는 ‘동양풍’, 더 범위를 좁히자면 동북아시아 풍의 요괴들로 분장하셔야 합니다! 네? 가면을 준비 못하셨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준비해 둔 가면이 있으니까요. 이 쪽으로 오시면 동양 설화들을 기반으로 한 단편 작품… 아니, 가면들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그 라인업도 구미호, 도깨비, 강시, 심지어는 좀상님까지?! 다채롭고 신선한 라인업으로 다양한 장르의 단편… 아니, 가면을 만날 수 있어요! 여러분께 딱 맞는 가면을 찾을 기회! 이 기회, 놓치면 섭섭해요! 자, 어서어서, 안으로 들어오시죠! 활로위인 가장무도회장으로!

 

一 . 구미호

구미호 설화는 우리에게 아주 친숙하죠. 그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 이야기에 녹아 있는 것이 구미호라는 이야기죠. 옛날 이야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매일같이 라인전을 벌이는 상대로도 나오죠!

그런 의미에서, Xx 님이 디자인하신 여우녀는 고전적인 구미호 이야기에 현대적인 아이디어를 접목시킨 디자인이 돋보이는 수작입니다! 주인공 ‘수현’과 그의 여자친구 ‘은주’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현대 한국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구미호 이야기! 과연 수현은 미심쩍은 꿈을 뒤로 하고 괴담처럼 도는 ‘여우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이야기를 테마로 한 가면입니다! 마음에 드시나요?

 

二. 호랑이

아, 구미호가 나온다면 호랑이도 여기에 빠질 수 없죠! 호랑이는 대한민국의 전래동화에 자주 나오는 동물이죠.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곶감 이야기,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호질… 호랑이는 때로는 무서운 맹수로, 때로는 신적인 영물로, 때로는 아둔하고 귀여운 이미지로 여러 이야기에 등장합니다.

최현우 님 디자인의 호랑이는 무엇을 남기는가? 가면은, 호랑이가 등장하는 전래동화와 우화들을 하드보일드 풍으로 줄줄이 꿰어 내어 만든 가면입니다. 호랑이의 죽음을 중심으로, 전래동화 사이사이를 누비며 활약하는 민간수사관의 이야기에 빈티지한 느와르풍 그레이스케일 디자인이 아주 돋보이는 가면이죠. 이 가면만 있다면, 당신도 가장무도회의 사람들에게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지도…? (앗, 저희 가장무도회는 아주 깨끗하고 이상한 점 없는 무도회니까요!)

 

三. 도깨비

도깨비도 우리 전래동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어린이들이 온통 도깨비 빤쓰는 냄새가 고약하다는 노래를 부르고 다니던 때도 있었고, 요술방망이를 두드리며 금나와라, 뚝딱! 하는 모습을 보며 요술방망이를 갖고 싶어하던 때도 있었죠, 다들. 그렇지 않나요?

이노 님이 디자인하신 작은 신들의 도시 는, 신내림을 받지 못한 고등학생 무당 가문의 장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테마로 엮어낸 작품입니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친구 ‘소월’의 죽음을 파헤치려는 ‘하리’는, 도깨비와 호랑이를 만나며 함께 친구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어간다는 이야기를 시각화시킨 작품이죠. 동양풍 판타지 활극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분명 이 가면도 좋아하실 겁니다. 작중 등장하는 주홍빛 갓도 같이 빌려드려요!

 

四. 요괴

안타깝게도, 우리 모두가 요괴의 이름을 알고, 붙여줄 수는 없는 법입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요괴도 있을 것이고, 그 중에는 인간과 친하며 도움을 주려는 존재도 있겠지요.

경고등 님 디자인의 아라산의 요괴 는 그런 요괴가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작고 단순한 디자인이라고 무시하시면 안 돼요! 어떤 이야기보다도 따뜻하고 가슴에 깊게 남는 이야기가 될 수 있으니까요! 눈밭이 포근하게 쌓인 산을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은 언제 봐도 아름답지 않나요?

 

五. 강시

잠시 시선을 중국으로 돌려보죠. 중국에는 강시라고 하는 귀신이 전래됩니다. 머리에는 부적을 붙이고, 다리를 모은 채 팔을 앞으로 뻗어 콩, 콩 하고 뛰는 모습이 클리셰처럼 자리잡았죠. 묘하게 서양 현대 공포물의 괴물 좀비와 비슷한 면이 많게도 느껴집니다.

여기에 그런 강시들을 부리는 강시술사를 모티브 삼은 가면이 있습니다! 번연 님이 만든 채(砦) – 강시술사 가면이 바로 그 가면입니다! 강시를 부리는 노인이 어떤 기인의 활(活)강시를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나서부터 전개되는 이야기를 맛깔나게 그린 가면이죠. 어때요, 활로위인 잔치에 어울리는 가면 아닌가요?

 

六. 좀상님

강시 이야기를 하면서 제가 좀비 이야기를 했던가요? 네, 좀비 이야기도 빠지면 안 되죠! 아니, 뭐라고요? 동양풍 괴물? 그랬죠, 그랬죠! 분명 좀비는 동양 괴물은 아니었죠… 하지만, 이러면 어떨까요?

경희 작가님의 살아있는 조상님들의 밤 은, 좀비라는 클리셰적인 이야기에 조상님이라는, 조선-성리학적 전통을 가미한 이야기로 신선한 호러를 주는 가면입니다. 갑자기 되살아난 좀상님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마음에 드실까요? 그렇다면 이 가면이 제격입니다!

 

??. 크툴루

어어, 안 돼요! 그 가면은 저번 무도회 때 쓴 가면인데 정리가 안 된 거예요. 아니, 그치만 역시 아주 관련이 없다고 할 수도 없고… 음음, 그렇죠, 그렇죠!

유기농볼셰비키 디자이너 님의 히트작, 맥아더 보살님의 특별한 하루 도 있었죠! 사실 크툴루가 대한민국 인천에서 전래되었다는 거, 아시나요? 맥아더 보살님이 인천시의 고대 신, 크툴루 님에게 씌인 여자아이를 정화한다! 라는 걸 테마로 만들었더니 엄청나게 히트를 친 작품이랍니다. 어때요, 이 정도면 활로위인 가장무도회에도 어떻게 쓰고 나갈 만한 가면 아닌가요?

 

이 정도가 저희 쪽에서 추천하는 가면입니다! 물론, 저희 쪽에서 아직 찾아내서 정리하지 못한 가면들도 많지만요! 활로위인 가장무도회에 이것보다 더 어울리는 가면들도 얼마든지 많다고요! 자자, 어서 가면을 고르고, 무도회를 즐기세요! 무도회 도중에 일어나는 어떤 일들도 저희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걸 명심하시고요… 케케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