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계절: rephrased by 영신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다섯 번째 계절 (작가: 밀사, 작품정보)
리뷰어: 영신, 19년 10월, 조회 122

(1) 신

‘아직’ 장마철이다. 신은 더 이상 홍수를 내리지 않는다고 약속했었지. 차단. 정원에는 물이 부족하다. 또 왔군. 에덴을 만든 이브는 수도시설 대여에 익숙하다.

차단과 공급의 알고리즘은 변태적이다. 사랑이 원래 그렇듯. 신의 사랑은 가장 원본의 형태의 사랑이니, 변태일수밖에.

신은 인류에게 고통을 주었고, 그것은 죄라는 이름을 한 자유였다. 죗값을 치르게 해주지. 너를 해고하마. 자유를 가져라. 신은 자유라는 이름을 한 사랑을 궁창에 내렸다.

오직 충분히 신을 해고하지 못한 노아 만이 해고당하지 못하고 홍수 대신 땅의 종족들을 암수별로 방주에 태우는 노동을 부여받았다.

너는 다행히 노아가 아니었다. 너는 사랑을 받았다.

신에게 사랑을 받았다면, 다른 인간은? 내가 만든 인간세계는 나의 세계여서 타인과 돌의 차이는 움직이는 속도 뿐이니, 신이 만든 인간세계를 보고저. 이런. 처음도 끝도 모르겠다. 보이지 않는다. 인간이 사는 차원이 실이라면 신의 차원은 타래여서 우리가 볼 수 없다.

그렇다고 신의 차원의 은유-실타래-를 숭겅 잘라버릴까? 그러지는 않는 게 좋을거다. 신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엔 좋다만, 세상을 사랑의 은유로 적시는 데는 좋다만, 필경, 손이 함께 잘려나간 너의 피 역시 세상을 적시게 될 것이다. 아니, 너의 손은 원래 이웃의 손의 자리가 아니었으니 상관 없으려나.


(2) 인간

인간이 그리는 자취가 걸그룹의 무대 동선마치 아름다울까? 춤은 오직 독무는 아닐지언정 모두가 어떤 팀에서 군무를 이루고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애초에, 인간의 꿈틀거림이 모두 춤이 될까? 사랑의 절대자의 시각에서는 위 모든 질문이 예, 예 일지도 모른다

,아직은 장마철이니.

인간의 차원에서는 실타래를 볼 수 없다. 점도 선도 아닌 공간과 시간을 주관하는 절대자가 실태래를 만진다. 박탈의 차원에 사는 ‘당신’은 실타래가 보인다. 실타래 상의 하나의 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질 수는 없다.

그러나 점은 3차원의 공간에서 실재하지 않는다. 선 역시 실재하지 않는다. 이들은 관념이다. 공간에서 실재하는 것은 이들의 집합인 면부터 시작된다.

개인은 하나의 점. 점은 실재하지 않는다. 점을 관념에서 존재로 끌어올려주기 위해, 절대자는 점들을 이어붙여 집합을 만들어 면으로 격상시켰다. 점으로 보이는 것은 점으로 ‘보이는’ 순간 점이 아니다.

‘당신’은 박탈에 산다. 실타래의 연결 밖에 산다. 그러나 당신이 절대자가 사랑하는 ‘존재’라면, 당신은 박탈당했을지언정 혼자는 아님을.


영원은 단절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발견된 처음도 끝도 모르겠는 엉킨 실타래. 당신은 불쑥 찾아온 영원-엉킨 매듭-을 당신에게 익숙한 유한으로 바꾸-매듭을 풀-려 한다. 절대자의 것을 유한세의 것으로 환원할 수는 없다. 신이 우리를 연결해 우리에게 준비한 영원의 가능성은 ‘너무 길었고, 많았고 답없이 복잡하고 지저분하게 엉켜 있었다’.


악은 속삭인다.

영원의 고통을 준비한 절대자가 정녕 너를 사랑하는 것인가?

’당신’은 심드렁한 목소리로 받아친다.

저는 생각이 없어요. 까마귀들을 살펴보거늘. 그것들은 씨를 뿌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골방도 곳간도 없어요. 그러나 절대자는 그것들을 먹여 주니, 하물며 죄인이라면? 인자를 부정하면 용서받지만 성령을 부정하면 용서받지 못한다고 하였으니, 내가 성령을 몰라요. 죄인을 위한 지옥에서는 굶어 죽을 것 같아요?

악은 ‘당신’의 신성모독에 탄복해 ‘당신’에게 손을 대지 못한다.

절대자는 신성을 정비하는 데 여념이 없다. 다시 누군가가 모독할 수 있도록. 어질러진 신성을 정리하며 절대자는 생각한다.

‘인간은 참으로 애쓰는 구나.’

안쓰럽고 어리석고 사랑스럽다. 인간도, 그 인간을 위해 시지프스와 프로메테우스처럼 신성을 준비하는 절대자도.

애틋함일까? 절대자와 유한자가 서로를 만들었지만 이제 서로 해고한 지금. 인간은 노아가 아닌 신성모독자기에 악조건에서도 악을 포섭해 착취한다. 그런 인간에게도 여전히 장마철이기에. 비야 쏟아져라. 둑이 무너져도 행복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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