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위하여 공모(감상)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엘리 엘리 (작가: Avalanche, 작품정보)
리뷰어: kloiuy, 19년 10월, 조회 79

공무원의 삶이란 그렇다.

수많은 사람이 뒤섞인 사회속에서 작은 손을 찾아 잡아줘야 하는 사명을 짊어진다.

우리 주변의 공무원, 소방관, 경찰관까지.

그리고, 재앙을 맞은 그들의 행로는 결국 맞서싸우는 소수로 귀결된다.

이 소설은 우리가 좀비를 맞이하게 된다면, 그때 공무원들의 시선을 그려낸다.

소설속에서 종말의 때는 지나갔지만, 인류의 생존이 개개인의 생존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 상태로 이어진 산발적인 감염의 거미줄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인섭의 모습은 애환이 들정도이다.

위로 치이고, 도우려하는 손을 뻗은 아래쪽에게도 노력에 대한 감사를 받지 못한다.

위에선 그저 명령을 내릴뿐이고, 도와주는 사람들에겐 화를 낼 대상이거나 가족이었던 좀비를 죽이는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그 상태로 무너진 인섭과 공무원들이 택한 길은 감염으로 인한 자살이다.

그렇지만 인섭은 죽지 않은 채로 끝이 났다.

그가 마지막에 진희와 나눈 대화는 무엇일까.

인섭이 자신이 쏴죽이기 위해 찾아다니고, 죽이고, 소독해야 했던 바로 그 좀비가 된 이유는 무엇이고.

좀비와 자신이 겹쳐보인 그 마지막 생각에 무너진 인간의 표현이 보인다.

사선을 넘기면서, 마침내 자신을 비관하여 자신의 몸의 밴 냄새와 같은 사람이 되었다고 여기게 될 만큼.

그와 공무원들이 짊어졌던 의무와 자발적 봉사 사이의 무게는 컸다.

그 끝에서 인섭이 바란 것은 끝없는 업무와 시달림을 위로해줄 인간이 아니었을까.

진희의 가족과의 만남은 바로 그것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우울한 이야기를 긴박하고 실제적인 고충이 담긴 채로 풀어놓은 이야기이다.

지난 작품들에서 이어온 작가의 특징적인 우울함과 실감나는 묘사, 그저 뛰어드는 듯한 전개가 다시 한번 좀비장편으로 탄생했다.

물론 속도감있는 전개가 중반에서 느려지며 약간의 지루함이 생겼지만, 지금까지의 어떤 좀비소설보다도 대한민국의 현실을 살린 좀비 아포칼립스를 보여준다고 본다.

좀비와 싸우는 것은 꼭 군대인 것이 아니다.

이 소설의 공무원들이야말로, 진짜 좀비와 싸우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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