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작품 잘 봤습니다. 쑥쑥 읽히는 점이 좋았네요.
그런데 의견을 드리는 건 상당히 힘든 작품입니다… 작품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제가 어려워하는 타입이라 그런 거 같아요.
일단 가장 처음 든 감상이 ‘무난하다’였는데요, 작가님 본인께서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면 그건 아마도 본인이 설정하고 있는 뭔가 방향성 혹은 수준에 미달한다고 느끼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서 무난하다는 건 말 그대로 무난하게 읽힌다는 거고요, 이거 하나만으로도 읽을거리로선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생물학적인 정보를 소재로한 SF인데 의도적으로 라이트노벨 개그물로 표현을 하셨어요. 당연히 읽는 입장에선 가볍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체제인데, 여기서 뭔가 ‘수준’을 더 느끼게 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읽는 입장에서 뭔가 압도된다거나 이건… 찐이다! 싶은 뭔가 말인데요… 말씀드리기 진짜 어렵습니다. 순수하게 독자 입장에서 말하기도 힘들어요, 왜냐면 극히 주관적인 취향이 들어가 버리기 쉬워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이런 게 아닐까 싶은 점을 말씀드리자면
1. 문장이 극도로 단련되어 있다
2. 소재가 극도로 와닿는다
3. 사고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4. 전문적 정보의 사용으로 압도
5. 평범하게(?) 구조적으로 완성도 있다
6. 감수성의 혁명(…)
7. 독자의 욕망을 철저하게 충족
대충 ‘반응’ 있는 작품들을 보면 저 일곱 가지 항목들 중 적어도 하나 정도는 5점 만점에 5점을 뚫는다고 생각합니다. ‘인기’ 있는 작품은, 정확히 세어 보진 않았지만 감각적으로 3개 항목 정도에선 만점 나오는 거 같습니다. 한번 브릿지에서 ‘이거다’ 싶은 작품을 떠올려보시고 ‘이건 괜찮은데 반응이 좀 적은 거 같다’는 것도 한번 비교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제 경운 ‘인기있는 작품’은 대부분 3항목 이상 만점치였습니다. ‘괜찮다’는 1항목 정도였고요. ‘다 읽긴 했는데, 그냥 그렇다’ 라는 경우는 음, 이랬어요. 3항목 내지 전 항목에서 3점 이상은 줄 수 있는데, 그걸로 다인 정도. ‘읽을 가치가 없다’고 느낀 건 당연히 점수 저조하고요.
제 기준 <세그웨이…>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경우였습니다.
아마 작가님이 바라는 수준은 그 이상이겠지요. 독자가 아닌 망생이로서의 저자신을 투사하는 실례를 범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저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잘 모르겠지만 이게 방법이 아닐까 싶은 게 있다면, ‘인기 있는’ 작품을 철저하게 모방하는 겁니다. 표절을 하라는 말씀은 물론 아니고요. 각 요소의 수준을 파악하고 거기 닿기 위한 노력을 하다 보면 돌파구가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그웨이…>는 제가 보기엔 작품을 교배시킨다는 생물학 SF 같은 아이디어가 뛰어났습니다. ‘만약 어떤 작가라면 이 아이디어를 어떻게 사용할까?’라고 상정해보는 것도 좋은 훈련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작품에 ‘잘못된’ 점이 있다곤 생각 안 합니다. 단지 작가님이 상정하는 ‘수준’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원하는 ‘수준’의 구체적인 상을 파악하고 거기 닿기 위해서 정진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라고 생각되네요. 물론 그러면 독자 반응이 반드시 폭발한다!라는 보장은 없겠지만, 어느정도 확률은 높일 수 있을 거 같네요. 눈에 띄고 많이 읽힐 확률은요.
윽 드릴 말씀이 더이상 없네요. 존경합니다 힘냅시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