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이. 영어로는 strange, grotesque등이 있네요. [정상적이지 않고 별나며 괴상하게]라는 뜻과 비슷하다고 하는데 솔직히 아직도 단어의 뜻을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제목부터가 괴이합니다. ‘리발관’이라 하니 북한 이야기인가 했는데 제가 아는 이발관과는 글자가 다릅니다.
게다가 시,공간적 배경을 글에서 밝히지는 않지만 도무지 맞아떨어지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읽으면서도 이야기의 일관된 방향성이 좀처럼 보이지 않아서 당황하다가 아, 하고 뭔가가 뒷통수를 탁 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런 걸 괴이라고 하는 거구나.
그저 별나게 쓰겠다고만 한다면 그날 자신의 주량보다 두배 정도 마시고나서 흐릿한 눈으로 마구 끄적이면 되겠지만, ‘괴이’한 글을 쓴다는 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예전에 데이빗 린치 감독의 ‘멀홀랜드 드라이브’나 ‘트윈 픽스’같은 작품을 볼 때 느꼈던 기분들, ‘형이 왜 거기서 나와?’ 라던가 ‘이 시점에 저 얘기가 왜 튀어나오지?’하는 궁금증들이 바로 괴이의 특성이었었나보다 하는 깨달음을 이제야 얻은 기분입니다.
일단 중요한 것은 괴이하냐 그렇지않냐를 따지기 이전에 이야기가 재미있느냐겠지요.
아주 재미있습니다. 짧은 글이지만 푹 빠지게 만드는 흡인력이 있고, 마지막 한 줄까지 뭔가를 더 기대하게 되는 매력이 가득합니다.
사실 괴이는 어떤 장르적인 제한을 가지고있지 않습니다만, 괴이의 성격에 잘 어울리는 건 역시 공포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는 시대적인 배경부터 등장인물, 예상을 뒤흔드는 결말까지 그야말로 괴이하면서 무섭고 정신 사나우면서도 재미있는 멋진 단편입니다.
굳이 비슷한 느낌의 작품을 찾자면 ‘환타즘’ 정도가 아닐까 싶군요.
독자 여러분들도 어릴적 꾸었던 밑도끝도 없는 악몽과도 같은 괴이한 이야기를 한번 즐겨보셨으면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