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 바다는 시작부터 독자를 사건 한 가운데로 밀어넣지 않습니다. 도입부에 명확한 플롯이나 사건이 없다고도 하겠습니다. 작가님은 담담하게 제인과 이든, 그리고 할아버지 마지막으로 바다의 태풍을 담담히 묘사할 뿐입니다.
작가가 소설을 팔 생각이 있다면 이렇게 하지 않겠지만, 모든 소설가가 돈 벌려고 소설을 쓰진 않으니까요. 저도 그런 의도에 맞게 이 소설을 읽고 리뷰해야겠죠.
바다와 제인을 그리다
파란색 바다 1화는 바닷가 모래를 묘사하면서 시작합니다. 작가님은 세밀화를 그리듯이 짧은 순간도 긴 문단으로 써내려갑니다. 이야기는 이내 짧은 대화로 이어지고 갑자기 끝이 납니다.
2화에서는 이든이 사라지고 노인이 등장합니다. 제인과 노인은 어떤 유대감을 느끼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 역시 엽편처럼 짧게 끝이 납니다.
3화에서는 제목이 파도에서 태풍, 작가님이 이름 붙이기로는 ‘레테‘로 넘어갑니다. 하지만 태풍 자체보다는… 제인이 태풍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혹은 반응하지 않는지) 역시 디테일하지만 간결하게 이야기합니다.
이야기가 직접적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사진이나 그림 한 장 한 장 입니다. 낯선 방법입니다. 장르 소설은 아니죠. 하지만 세밀한 묘사와 간결한 장면만은 일관적이라 이해하기는 쉽습니다.
장면에 나오는 감정과 감각 하나하나가 생생하고 구체적입니다. 모양, 색깔, 냄새, 유대감과 외로움, 편집증과 분노에 이르기까지요. 제인은 평범한 사람이 보기에 마음 어딘가가 아픈 게 아닐까 싶은 기분이 듭니다. 어떻게 보면 무덤덤한 것도 같지만 생각이나 감정이 과도하고 이중적인 면이 있습니다. 특히 노인을 대하는 태도에서 그게 잘 드러나죠.
결국 이 이야기는 다가오는 태풍 속에서 제인이 어떻게 살아갈지 답해가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태풍이 어떻게 나아갈지 예측하진 못하겠습니다. 이든이나 노인이 어떻게 다시 등장할지도 모르겠고요. 아직 시작이니까요.
번역소설의 방식
그런데 파란색 바다 곳곳에 이질적인 문장이 나옵니다. 한국 사람은 일상에서 쓰지 않는 말들, 다르게 말하면 외국 소설 같고, 더 정확하게 말하면 번역한 것 같은 문장이죠.
저는 소설 비평을 할 때 문장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오늘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네요. 여기 예시를 뽑아왔습니다.
[A]
제인의 감정을 아는 이든은
손을 꼼지락이던 이든은
할아버지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제인은 그가 무얼 원하는지 기억했다.
[B]
이든의 바람은 짤막한 대화였다
이다음 상황의 자신을 최초로 마주한 사람이 그 사람이 아니었으면 했다.
제인이 가장 좋아한 때는 여름으로
제인이 그토록 피하고자 한 것이었다. 외로움은,
이윽고 모든 게 괜찮아지리란 희망이 제인을 감싸안았다
제인이 찾아낸 다른 도피처는 운명의 결말이었다.
먼저 A는 “___한 주어는…” 같은 식으로 된 문장입니다. 이게 영어의 관계 대명사를 번역하면 자주 나옵니다. 영어에서는 “이든은 (제인의 감정을 아는) ㅇㅇ했다.”식으로 되는데요. 이걸 한국어 어순으로 하면 수식어인 관계대명사가 앞으로 갑니다. “(제인의 감정을 아는) 이든은 ㅇㅇ했다.”는 식이 되어버리죠.
하지만 한국어에서는 이렇게 하면 더 자연스럽습니다.
이든은 제인의 감정을 잘 알았기에
이든은 손을 꼼지락거리다가
제인은 할아버지의 성격을 잘 알았기에 그가 무얼 원하는지 기억했다.
이러면 원래 영어 어순이랑 똑같아집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고유명사인 주어는 보통 익숙한 정보이기 때문에 앞에 두는 게 좋습니다. 예전에 쓴 글이 있으니 참고해보시면 좋겠네요.
[B]는 번역투가 아닙니다. 영어권에서도 이따금씩 골치를 썩는 명사화 문장인데요. 사람들이 일상에서는 안 쓰는 표현인데 이상하게 글쓰기에서는 색다른 표현처럼 쓰곤 합니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나 어제 영화보고 왔어”라고 보통 이야기를 하죠. 그런데 명사는 명사야 투로 글을 쓰면… “내가 어제 보고 온 것은 영화였다”가 됩니다. 어색하고 읽기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보통 말도 두루뭉술 추상적으로 들리는데요. 그 이유가 있습니다. 철학책에서 추상적인 명사를 자주 쓰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은 ㅇㅇ이다.” “국가가 추구하는 정의란 ㅇㅇ이다.” 같은 문장은 법전에서나 볼 수 있죠.1
이 소설의 세밀한 묘사랑도 잘 안 맞습니다. 감각적이고 감정적인 묘사는 법조문처럼 들리면 안 되고 생생하게 들려야 하니까요.
리뷰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작가만 피드백을 받을 수는 없죠. 저는 브릿지 작가분들에게 높은 기대를 하고 있고요. 작가분들이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는 리뷰를 쓰고 싶습니다. 리뷰에 피드백을 해주시면, 리뷰를 쓸 때 참고하겠습니다. 다음 3가지를 브릿지 쪽지로 보내주셔도 되고요. 이메일로(twinstae@naver.com)보내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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