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못해 사는 사람들 감상

대상작품: X 나라의 ‘행복 드림 프로젝트’ (작가: 금서니, 작품정보)
리뷰어: 코코아드림, 19년 7월, 조회 59

저는 공포 만화가로 유명한 ‘이토 준지’의 단편 작품들을 좋아합니다. 독특하면서도 기괴한 느낌의 작품은 볼수록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니까요. 어떤 작품이 인상깊었냐 물으면 당연히 여러 작품을 댈 수 있지만, 손에 꼽아보라면 당연히 ‘조상님’ 이라는 작품을 그 중 하나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 리사는 어느 날부터 꿈 속에서 이상한 거대 송충이가 달려드는 꿈을 꾸게 됩니다.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잊어버린 것 같지만 기억이 나질 않죠. 리사의 남자친구 슈이치는 별 것 아니라 말하지만 얼마 뒤 리사는 슈이치의 아버지가 위독한 와중에 자신을 찾는다는 말에 급히 슈이치의 집으로 향했다 충격적인 광경을 봅니다. 슈이치의 할아버지, 고조 할아버지, 할머니, 백부…. 끝없이 이어진 조상들의 머리를 통해 슈이치의 집안인 ‘마키다 가(家)’는 과거를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꿈의 정체를 알게 된 것도 잠시, 리사는 결국 충격으로 정신을 잃게 됩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와 똑같이 생긴 행성 X는 불멸의 행성입니다. 호모 사피엔스 부터 시작된 인류가 현 인류에 이르기까지 죽지 않고 살아있으니 이들에게 불멸은 지옥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냥 살아가면서 인구가 폭증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사고나 중병으로 앓아누운 사람들도 죽지 못했으니까요. 인구는 인구대로 늘고 불만은 불만대로 쌓여 결국 사살 전문 업체까지 탄생한 것은 X의 필연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고대 문명이 사라지고 가장 최근의 인류들이 걸음을 시작한 것이죠. 하지만 이것은 이것 대로 문제였습니다. 사람들이 걷기 시작하며 새로운 문물을 찾기 시작했고 자동차 같은 교통수단이 들어오며 대기가 오염되기 시작한 것이죠. 당장 60억명이 사는 이 지구에서도 매연으로 인한 공기 오염 문제가 심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오랜 시간 인구가 쌓여 이 곳보다 더 많은 사람이 살 X의 상황은 보지 않아도 뻔한 것이죠.

만약 조상님이 죽지 않고 오래 산다면 과거의 문물과 지식을 나눠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예전의 생각이었습니다. 마키다 가문이 머리와 머리가 이어져 있어 등을 땅에 대고 있는 자세로 기어다닌 것 처럼 X의 사람들 역시 자신의 어깨 위에 수많은 미래의 후손들을 올려놓고 살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무겁고 불편하고 힘든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지식을 공유하는 행위를 할 여유는 없을 터였죠. 개인적인 견해로는 사람들이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는 경우를 고려하지 않았다 생각합니다. 탑을 쌓던 사람들이 걷기 시작하면 그에 따른 파장이 어떻게 일어날 지 생각을 해야 했는데 그것을 안 했다는 것이죠. 힘들게 탑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다시 탑으로 돌아나는 모습은 단순하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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