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e: 보다
브릿G 메인 화면에 못 보던 섬네일이 눈에 띠었다. 은근히 신선한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중단편 베스트야 하루도 안된 작품이나 2년전의 작품이 다시 올라오거나 하는 식으로 엎치락뒤치락 베스트 순위에 빼꼼 얼굴을 비추고 사라졌다가 잊을만하면 다시 나타나기를 굉장히 자주하지만, 장르별 베스트 부문에 노출되는 작품들은 순위가 조금 바뀔 뿐 익숙한 제목들과 낯익은 섬네일들을 꽤 오래보는 편이잖은가.
그런데 느닷없이 순위권에 나타난 낯선 섬네일과 제목.
현재까지 이제 막 이야기가 형성, 시작되는 5회차 분량일 뿐이다. 그런데 반응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흥미롭다는 생각만 하고 넘기다가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Read: 읽다
똑같은 글도 종이로 접할 때와 화면으로 접할 때 느낌이 다르다. 몇 년 전에 접한 자료라 출처와 연구기관은 생각나지 않지만, 종이에 적힌 텍스트를 읽을 때 눈동자의 움직임이 글이 나열된 방향 그대로 움직이는 반면, 화면상 출력된 텍스트를 읽을 때에는 가로와 세로의 움직임이 반복되는 방식으로 차이가 있다는, 그런 연구 결과가 있었다.
한마디로 압축하면, 종이에 인쇄하듯 온라인에 글을 적으면 독자/수용자의 눈이 상당부분을 ‘스킵/점프’하는 방식으로 독해한다는 뜻.
어쩌면 사람들이 온라인상으로 글을 쓸 때 일부러 문단과 문단 사이에 간격을 벌린다든가 문장 한줄 단위로 잘라서 글을 쓴다든가 하는 방식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화면상의 텍스트가 인쇄물 텍스트처럼 촘촘히 뭉칠 경우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은연중에 느낀 결과일 것 같다. (이젠 그 방식이 종이책으로 옮겨, 최근래 출판되는 책일수록 자간이나 여백 등을 넉넉히 잡아두는 흐름 또한 감지된다.)
온라인으로 유통되는 소설도 여기서 예외가 아니다. 아니, 어쩌면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해야 더 적절하지 않을까.
‘웹소설’이라는 (내 개인적으론 특정 포털 사이트가 일방적으로 만들어낸 단어라는 점, 그리고 유통 플랫폼에 기반한 표현이지 소설 자체의 내용이나 형식/장르를 지칭하는 표현이 아니라는 점에서 용납하고 싶지 않은 단어이지만, 웹소설이라는) 글쓰기는 항상 딜레마에 놓인다. 문장으로 무언가를 짜놓을 낯이면 곧잘 가독성이 떨어지기 쉽다는 점 때문에. 게다가 바야흐로 모바일 기기가 보편화 되면서 가독성 문제는 더욱 중요해졌다.
작자로서는, 아슬아슬한 가독성의 줄다리기를 작자 스스로 알아서 조율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도가 없는 상태.
이 부분과 관련하여 <왕실 전속 비밀정보부서>에 대한 첫 인상은 이러하다 : 술술 읽힌다.
Write: 쓴다
허나 단지 문장이 술술 읽힌다는 점만으로 혜성처럼 순위권에 날아든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읽히기가 쉽다고만 해서 흥미로움이라는 느낌을 이끌어낼 수 있겠는가. 용이하게 읽힌다는 점 말고, 이제 다른 지점을 논해본다.
비교적 가벼운 무게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는 문장 구사 스타일과 더불어 파악한 점은, 작중세계를 파악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는 점, 이 부분이 작용했다.
작품소개에 나왔듯, 주인공 ‘레빈달 루소’는 작은 국가 ‘알티카’에서 ‘비밀정보부서’에 입사한 신참인데, 이 알티카라는 국가도 그렇고 비밀정보부서-사실상 ‘실속부’라는 이름으로 더 통용되는 부서도 그렇고, 너무나도 익숙한 우리네 관료문화/기업문화를 보는듯하다. 국민에 대한 봉사는 잘 모르겠고 아무튼 밥벌이하느라 공무원은 해야겠으며, 가족 같은 회사랍시고 조옥같은 회사 생활을 보편적인 일상으로 구성하는 우리네 사회말이다.
그리고 분명히 무언가 ‘능력’은 있을 터이나 야근을 거듭하는 부서원들과 그들이 야근을 버티기 위한 커피 타기에 바쁜 레빈달.
윗사람들은 X을 쌀 뿐이요, 아랫사람들은 그저 그 X을 치우면 될 뿐이요, 초심은 개뿔 X치운 값이나 제대로 받아가면 다행인-판타지 이세계이나 아무런 위화감이 없는 세계.
이제 그 세계에서, 레빈달 루소에게 사건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려는 찰나이다. 아직 적은 분량의 연재분. 이 적은 연재분을 읽고 난 첫 감상 : 다음 편이 보고 싶다.
Review: 다시 보다
무언가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는 암시와 떡밥을 솔솔 풍기는 주인공, 레빈달 루소.
물론 작품 초반부에 설명이 있긴 하지만, 간단한 핵심 정도일 뿐 세부적인 지점들은 아직도 미스테리.
어쩌면 엄청난 무엇을 가지고 있는 것도 같은데, 한편으론 덜렁거리는 듯한 모습.
나는 예전에 이런 느낌을 주었던 어느 캐릭터가 떠올렸다.
이 사람 이름 따로 설명 안해도 되리라 믿는다.
뭐야, 몰라요? 나이 먹은 사람만 아는 건가…나도 이렇게 나이를 먹은 건가…
등장 1회만에 마을 하나를 통째로 날려먹으신 어마어마한 마법사.
그러나 카우린과 더불어 어딘지 허당끼도 있는 듯하면서도
주옥 같은 상황에 전투의지를 끌어 올리는 명랑쾌활 마법사님이다.
이미 유명한 모험이야기를 보여준 리나 인버스와는 달리,
레빈달 루소는 아직 사건의 시작이 이제 막 모습을 보이려는 중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레빈달 루소는 아직 모험을 시작하지 않은,
국가 직속 부서의 공직자
– 즉, 7급 공무원 쯤 되는 리나 인버스라고.
레빈달 루소에게 펼쳐질, 리나 인버스 급의 활약들이 기대된다.
예를 들면 이런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