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님의 <보리> 찬양글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보리 (작가: Oo, 작품정보)
리뷰어: 그린레보, 19년 6월, 조회 120

제목과 같이 찬양글입니다. 제가 이 작품을 읽으면서 좋다고 생각하는 걸 정리하려 합니다. 살짝 아쉬운 점도 짚어보고요. 스포일러가 있으므로 작품을 읽으신 분만 봐주세요.

 

 

<보리>는 두 가지의 큰 트릭이 존재하고 여기에 부수적으로 몇 가지 추리소설적 아이디어와 기법이 응용된 작품입니다. 우선 메인 트릭의 하나는 더블 플롯으로 보입니다.

1. 더블 플롯

정확히 ‘더블 플롯’이라는 용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두 갈래의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합쳐지는 구조’를 가진 이야기를 저는 그렇게 부릅니다. 이 기법으로 유명한 작품은 빌 벨린저의 <이와 손톱>으로 알고 있습니다. 추리물을 읽다 보면 낮지 않은 빈도로 접하게 되고, 그때마다 뒤통수를 맞으며, 나도 언젠가는 이런 기법을 써봐야지 하고 벼르게 됩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한 번도 시도해본 적 없습니다.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아요. 매우 개인적인 이유지만 제가 엄두도 못 내는 기법을 소화하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존경스럽습니다.

한 마리 개의 존재를 제외하면 그다지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두 가지의 이야기가 따로따로 진행되다가 접점이 생기는 순간의 쾌락이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사실 ‘더블 플롯’ 자체는 소설의 기법이지 트릭이라 할 수 없는지도 모릅니다만, 평행하는 이야기의 관계가 독자에게 수수께끼로 작용하고 그것이 합리적으로 해결된다는 점에서는 트릭으로 불러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 서술트릭(인물의 속성 오인 트릭)

나서연과 홍시우가 노년이라는 사실, 그리고 홍시우가 민희 등의 할아버지라는 사실이 감춰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홍시우’ 파트는 청춘 로맨스 같은 분위기가 풍기기에 홀딱 속아 넘어가게 되네요. 매우 능숙한 필력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3. 스릴러적 기법

작품의 메인 수수께끼는 ‘민희’ 파트를 이끌어가는 ‘개의 주인은 누구인가’입니다. 더블 플롯과 서술트릭은 결정적 순간까지 숨겨져 있는 수수께끼입니다. ‘홍시우’ 파트는 개를 둘러싼 청춘연애 분위기이기 때문에 추리물로서 긴장감이 덜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적절한 부분에서 스릴러적인 장치를 넣음으로써 긴장감이 유지된다고 생각합니다.

제2장을 끝맺는 방식이 가장 눈에 띕니다. 개를 만졌던 여자의 손에 시뻘건 피가 묻어 있다. 이 한 줄의 연출로 분위기가 확 살아나네요. 초반부터 독자를 사로잡는 데 매우 효과적인 수법을 쓰셨다고 생각합니다.

4. 추리적 기법

민희 파트에서 민영과의 대화를 통해 강아지의 정체를 추적하는 장면, 그리고 ‘나’씨를 가진 학교 선생님을 추려내는 장면이 매우 추리소설답습니다. 읽으면서 아주 즐거웠습니다. 특히 통계적인 방법으로 나서연을 추리는 부분은 감탄스러웠어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내세요……. 또한 마지막에 드러나는 ‘보리가 민희를 따라온 이유 = 할아버지가 개 주인이어서’라는 트릭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간단하지만 허를 찌르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5. 따스한 분위기

연애와 가족애, 반려동물과의 관계 같은 소재에서 긍정적인 가치를 일깨워주는 소설로 완성되었습니다. 이러한 가치의 인식이 추리소설적인 기법들과 딱 맞물려 들어가기에 마지막까지 읽었을 때 부자연스럽거나 강요받는 기분이 들지 않고 상쾌합니다.

 

제가 말이 짧아서 좀 더 찬양하고 싶은데 표현이 잘 떠오르지 않네요… 종합하자면 여러가지 층위에서 잘 고안된 멋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나 두 개의 아이디어만 사용한 게 아니라, 메인이 되는 아이디어와 이를 뒷받침하는 여러가지 보조 아이디어들이 엮어서 구성이 탄탄하고 읽을 때 견실한 작품을 읽는다는 실감을 줍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풀자면, 저는 상당히 즉흥적으로 뭔가에 쫓기듯이 습작을 하는 일이 많기에 이렇게 잘 준비된 작품을 보면 감탄밖에 안 나옵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200매 정도 되는 단편이지만 총 19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는 점도 인상깊었습니다. 19개라니! 19개의 장면을 단편에서 도대체 어떻게 씁니까?!라는 기분입니다.

결점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작품이지만 그래도 아쉬운 점을 찾자면 두 가지 정도가 있을 것 같습니다.

1. 민희가 보리를 처음 만났을 때 보리의 행동이 약간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홍시우를 따르는 개라면, 아이들를 젖히고 홍시우를 바짝 따라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가 개를 키워서 괜히 신경을 쓰는지도 모르겠네요. 주인이 저만치 앞질러 가고 있다면 강아지는 어떻게든 주인을 따르려 하는 것 같거든요. 물론 제가 근거 희박한 트집을 잡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2. 나서연의 병이 좀 급작스럽습니다.

나서연이 병에 걸렸음이 드러났을 때 ‘엇 병? 갑자기 뭐지;;’라는 기분이 좀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작가님께서 좀 더 분량이 있는 작품을 기획했다가 여분을 잘라내는 바람에 이렇게 느끼는 건지도 모르지만요.  거의 눈에 띄지 않는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병에 대한 복선이 좀더 앞쪽에서부터 있었으면 좋겠다 싶긴 하네요.

이상입니다. 앞으로도 작품들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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