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리더에게 던지는 도전장 – 광기의 왕 감상

대상작품: 광기의 왕 (작가: Lure, 작품정보)
리뷰어: 아이버스, 19년 6월, 조회 34

오늘날 리더십이란 단어는 중요한 역할을 차지합니다. 사회는 복잡해지고 다양한 구성원들을 하나로 통합해 이끌어 나가야 하는 리더의 자질은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건 과거의 국왕, 즉 제왕에게도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입니다. 왜 우리는 아직까지 고전인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나 <한비자>를 훌륭한 고전으로 인식하고 읽히고 있는 지를 생각하면 알 수 있습니다.

[광기의 왕]은 이름 그대로 미쳐버린 왕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정체불명의 목걸이를 목에 걸고 난 뒤 신하와 심지어 자신의 장자를 죽이기까지 합니다. 그야말로 왕족의 씨를 말려버리는 잔혹함을 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국민들에게는 부정부패를 바로잡고 선정을 베푸는 왕으로 묘사됩니다. 높은 분들에게는 미쳐버린 왕이지만 백성들에게는 나름 성군이라는 역설적인 이미지입니다.

저는 이 샤드로 국왕의 이러한 행태가 <군주론>에서 말한 이 대사를 그대로 빼다 박은 사람 같다고 생각합니다.

권력을 유지하려는 군주는 선하기만 해도 안 되고, 악인이 되는 법도 알아야 하며, 또한 그 태도를 때에 따라 행사도 하고 중지도 할 줄 알아야 한다. 

물론 이 작품에서 국왕의 행동은 지나친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폭군의 이미지는 높낮이에 관계없이 폭정을 베풀거나 기행을 이용해 죽이는 잔혹한 행위를 서슴치 않습니다. 하지만 샤드로 국왕의 행동은 마치 의도한 미친 짓이라는 인상을 심어줍니다. ‘미쳐도’ 곱게 미쳤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요소 같습니다.

하지만 샤드로의 폭정(?)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국왕 선발을 통해 새로운 인물을 국왕으로 선출하면서 새로운 인물을 극중에서 발탁합니다. 그리고 등장한 인물은 카르다라 하는 변방의 시골 출신입니다. 카르다는 이 극에선 참으로 담백한 인물입니다. 재력이 풍부한 인물은 아닙니다. 그렇다 하여 권력을 갖고자 하는 야망이 있는 인물은 아닙니다. 그가 국왕 선발 지원에 참여한 건 어찌보면 우연에 불과한 거죠. 수많은 광인 중에서 돋보이는 아이러니를 보입니다.

제가 극중에서 카르다를 돋보이게 만들었다고 생각한 건 우선 그의 이런 담백함입니다. 그는 국왕이 되려 하는 야심이 없어 보입니다. 그저 한 잔의 벌꿀 술에 만족할 뿐입니다. 비싼 술을 마셔 본 적 없고 그런 술에 익숙하지도 않죠. 그런 그를 이 자리까지 이끌었던 건 본인의 의지 보다는 누군가의 의도가 강했다고 밖에 생각이 되지 않습니다.

둘 째로 마지막부에 섬뜩한 독백입니다. 이 담백한 순백의 인물에게 달라붙은 예언자와의 대화를 통해 이 인물이 국왕으로서의 자질이 있을까에 대한 섬뜩한 예언이 보입니다. 어찌보면 열린 결말을 예고하며 질문을 던지는 느낌입니다. 근묵자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순백은 금세 흑화 될 것인가, 본인의 순수함을 느낄 것인가 카르다의 행보가 샤드로의 행보를 따라갈까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간 같았습니다.

리더에 정해진 공식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유교 국가에서는 덕업을 바탕으로 통치를 주장했고.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나라는 엄격한 법치 국가로 통치하였습니다. 마키아벨리는 사자의 지혜와 여우같은 간교를 써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리더의 자질은 때와 장소에 따라, 사람에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제목인 <광기의 왕>이란 제목을 다시 곱씹어 보게 됩니다. 누가 이 왕을 미쳤다고 할 수 있을까요? 물론 학살과 죽임을 당한 입장에선 정신이 이상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글을 읽어나가다 보면 제 3자의 입장에서 샤드로의 이성적 행동을 곰곰히 고민하게 됩니다.

광기의 왕은 이러한 왕이 미쳤다는 단순한 사건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만약 여기서 머물렀다면 진부한 역사 이야기로 남았을 겁니다. 우리에게 리더란? 그리고 수많은 복합적인 연관관계, 단순한 이야기 같지만 읽다보면 의미있는 시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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