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걸린 전화를 받은 밤.
전화를 건 상대편의 여성이 울음을 터트립니다.
잘못 건린 전화를 받았을 뿐인 “나”는 당황스럽습니다.
번호를 바꾼 후 몇 번이나 뜻모를 문자를 받았고 알지 못하는 번호의 부재 중 전화가 남았습니다.
자정에 다시금 전화가 걸려오지 않았다면 그래서 짜증이 솟구치지 않았다면 통화는 연결되지 않았을 겁니다.
받지 말걸 그랬나봐요.
그럼 여기서 멋없는 녹음기를 켜놓고 정신과 상담을 받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외롭다고 생각하며 죽은 이의 그림자를 안고 살지 않아도 됐을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최선민이 죽었습니다.
잘못 건 전화의 바로 그녀입니다.
젊고 어여쁜 여인인 줄을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몇 번이나 통화를 했던 사람, 사랑하는 이가 있다고 고백했던 사람, 사랑하는 이가 죽어 내내 슬피 울던 사람,
잘못 걸린 전화가 엮어준 인연이 장례식장으로 연결될 줄을 “나”는 꿈에조차 생각한 일이 없었겠지요.
최선민의 그림자를 안고 돌아오던 밤, 문 밖으로 떠밀고 싶던 그 이름을 방안까지 껴안고 와 버렸습니다.
최선민이 왜 죽었을까, 최선민의 김이영은 또 왜 죽었을까, 그들은 왜 그토록 외로웠고 나는 또 왜 이토록 외로울까.
사랑이 왜 사랑을, 왜 사람을 외롭게 할까.
종합 베스트 순위에 걸려있는 7위라는 순위에 매료되어 잊힌 신이 내리는 계절을 찾았고
다시 목영 작가님을 검색해 이 작품을 발견했습니다.
완결이고 짧고 기분 전환에 좋겠다고 생각했던 마음에 묵직한 한 방을 선사하는 Wrong Number .
레즈비언 소재로 만나는 인생 첫 소설이 먹먹합니다.
잘못 걸린 전화로나마 토해내고자 했던 마음들에 토닥토닥 쓰담쓰담 위로를 전하며
하지 못한 말들과는 그만 안녕, 인사하기를 빌어봐요.
떠난 이도 남은 이도 모자란 사랑과 넘치는 사랑 모두가 마음 편한 밤이기를 바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