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거. 어떤가. 원래 팔 보다 낫지 않은가? 좋은 세상일세. 힘의 흐름을 익혀 보겠다고 맨 주먹으로 아름드리나무를 후려치던 것 기억나나? 이렇게 쇠붙이로 바꿀 줄 알았다면 그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을. 모연 자네를 따라잡아 보겠다고 주먹이 피투성이가 되도록 밤새 나무를 두드리지 않았었나. 핫핫. 자네는 몇 번 만에 익히는 기술을 말일세. 다 타고 나는 재주가 따로 있는 걸 그때는 몰랐지. 내 재주는 이거였네. 어떤가. 한 번 볼 텐가?”
등라의 눈이 순식간에 날카로워졌다. 손등을 보이던 등라의 왼손이 뒤집어지며 손바닥이 모연을 향했다. 그리고는 다섯 개의 금속 손가락이 뱀처럼 늘어나며 모연을 향해 번개같이 뻗어 나왔다.
노말시티님의 [등라모연]에는 한자가 한 글자도 안 나와요. 전 최소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등라와 모연과 창히 이름 한자는 알고 싶었는데 말이지요. [등라모연]의 재밌는 점은, 무협(武俠) 소설이라고 하면 보통은 협(俠)에 치우치기 쉬운데 이 소설은 무(武)도 파헤친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무슨 필살기라거나 천하제일이라거나 등의 전시로 빠지기 쉬운 함정을 다 피해가면서 말이지요.
“그 쉬이 거들어 주는 게 대단한 일이란 말입니다. 스승님이야 혼자서도 말보다 빨리 달리고 태산 같은 바위도 거뜬히 들어 올리시니 저런 기계의 힘이 필요 없으시겠지만 평범한 사람들에겐 엄청난 일이지요. 이제 굳이 수련을 하지 않아도 스승님처럼 천지를 뒤흔드는 힘을 누구나 손에 넣을 수 있는 세상이 된 겁니다. 그러니 어찌 놀라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등라모연]을 읽으면서 오랫만에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이야…..이 재미에 장르 소설을 읽는거지. 이런 신선함!’이라고요.
잘 쓴 무협 단편 소설입니다.
* 막연한 생각입니다만, 이 단편이 글 자체를 읽기에도 [일란성]보다 훨씬 나았어요 저한테는. 그래서 왜 그런가 생각을 해봤더니 말이죠. 노말시티님 글에서 자주 느껴지는 그 ‘~지만(접속사 하지만 포함)’으로 이어지는 문장이 [일란성]보다 덜합니다. [일란성]은 [시공간 왜곡 연구단]보다 덜하고요. 전 그래서 [등라 모연]을 더 편하게 술술 읽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