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의 의미 공모 브릿G추천

대상작품: 친구의 결혼식 (작가: 바르데, 작품정보)
리뷰어: 주디, 19년 3월, 조회 52

같은 철로에서 달리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한참 달리고 있다보면 어느새 누군가는 시작점의 반에 가있고, 누군가는 반에 반도 가지 못하고 서서히 달려 나간다. 유년시절에 꾸던 꿈에 빗겨간 삶. 이전의 세대와는 다른 삶을 살고 싶어하지만 하루하루 살다보면 나 또한 도돌이표를 달며 그들과 같은 삶을 살고 있다. 바르데 작가님의 <친구의 결혼식>은 시크하다. 불완전한 목소리에도 가볍게 응수 할 것 같은 주인공 완선이 있고, 어디에 내놔도 주눅들며 살 것 같지 않다.

 

그런 점이 읽는 내내 좋았고, 그녀의 특수한 상황들이 예전처럼 걸리지 않게 읽어나간다. 너와 나의 사랑에서 더이상 남녀간의 사랑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의 사랑도 그려낸다. 학습된 효과인지 아니면 이전보다 경계를 두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바르데 작가님의 그려낸 <친구의 결혼식>은 흔히 친구가 보내온 청첩장을 받은 내 모습과 오버랩되었다.

 

완선은 사람이 다른 사람을 쳐다보는 행위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서로 사귀는 두 사람, 연애를 시작하기 위한 플러팅, 이런저런 대화와 무의미한 감언이설들. 그 가운데에서 필연성을 지니고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의 얼굴이, 나의 얼굴이 아니며 따라서 나의 소유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항진명제(tautology)와 참. 내가 다른 사람이-여기서는 다른 사람의 얼굴이-될 수 없다는 동일성의 원리는 모든 경우에 참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데, 그래서, 어쩌면, 그렇다면 사람의 얼굴이 없는 경우에는?

 

다른 사람을 보는 행위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완선은 왜 혜수의 결혼식장에 발을 디뎠을까. 함께 공부를 하며 어울렸던 이의 결혼식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 버진로드를 걷는 혜수를 보며 완선은 자신을 떠올린다. 지금 막 식장을 들어가는 신부의 얼굴이 아닌 나의 모습을 비춰보기 위해서. 함께 출발한 차가 동시에 목적지에 도착했다면 완선은 시니컬한 감정을 집어넣지 않고 온전히 혜수의 결혼식을 축하해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상황이 다른 너를 볼 때의 이질감은 그 어떤 상황 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순간이 인생의 새로운 방점을 찍는 결혼식이 아닌가 싶다.

 

순간의 미묘함을 바르데 작가님은 프랜시스 베이컨의 회화를 통해 완선의 미묘한 심리를 대변한다. 그런 점이 일상적으로 맞닥들이는 순간을 모두 포착해낸다. 한여름밤의 꿈처럼 순간의 시간들을 뒤로 하고 완선은 다시 자신이 걸어가는 공간을 향해 걸어간다. 누가 뭐라고 해도. 누군가에게 결혼의 의미는 순수하게 축복의 의미 뿐만 아니라 나를 되돌아보는 거울은 아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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