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밋게 잘 읽었습니다. 라고 쓰면 평범한 단문 응원이겠지요. 읽으면서 ‘통속의 뇌’ 사고실험을 계속해서 떠올렸습니다. 만약 우리가 통 속의 뇌라면? 어떤 미친 과학자가 전기충격을 주고 있을 뿐이라면? 으로 시작하는 이 사고실험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모두 허상일 것이라는 전제를 깐 사고 실험이죠. 무엇보다도 악독한 것은 우리가 실제하는 사람인데 지적 유희를 위해 이런 상상을 하는건지 미친 과학자의 전기 충격때문에 지금 이 상황이 통속의 뇌라고 상상하는것인지 아닌지를 구별 할 수 없어요. 악독하죠.
글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이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의 삶, 세계 그리고 모든것이 42가 아니라 그저 시뮬레이터일 뿐이라면? 이라는 질문은 매우 강력하죠. 그 강력함은 우리가 그 답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더 강력합니다. 만약에 정말로 시뮬레이터라면, 그 시뮬레이터를 돌리는 자들도 그 상위 존재의 시뮬레이터라면, 그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이죠. 이런 상상은 가상의 세계를 플레이할때 더욱 가속됩니다. 심즈 게임을 플레이 할때, 혹은 이 소설에서 처럼 신과도 같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하나의 가상세계를 창조할 때요.
다만 저는 이 작품이 아직은 씨앗이라고 봤어요. 왜냐하면, 이 질문은 근본적으로 답이 없거든요. 증명도, 반증도 불가능한 말은 아무것도 아닌 말이지요. 맨 마지막에 상위존재의 상위존재, 그 상위존재까지 가면서 일종의 열린결말처럼 느껴졌어요. 단편의 한계상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만, 그 픽셀을 매꾼 존재들의 세계가 또 누군가의 시물레이션이 아니라고 어떻게 보장할 수 있죠?
물론 이것은 취향차이지만, 저는 그 열린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네요.
16픽셀의 빈틈이라는 제목만큼이나, 우리가 통속의 뇌임을 확인 가능한 어떤 균열이 이 세계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혹은 그 빈틈을 찾아 헤멜수 있는 방법이요. 그 방법론을 통해 빈틈을 영원히 찾지 못한다 하더라도요. 그렇다면 증명이나 반증이 가능해, 이야기의 끝을 맺을 수 있겠죠. 상상력을 폭주시키며 재밋게 읽었지만, 역시 취향상의 문제로, 언젠가 이 소설에 마침표가 찍힐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