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강박증에 시달리는 미래상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하이킹 (下) (작가: 김래빗, 작품정보)
리뷰어: 알렉산더, 17년 3월, 조회 44

모든 것에 요금이 부과되는 미래 사회를 묘사한 작품입니다. 요금에 대한 강박증을 느끼는 주인공에 대한 묘사가 재미있었습니다.

예전에는 누구나 우물에서 물을 공짜로 퍼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돈을 주고 사야 하죠. 소설 속 사회는 더욱 극단적입니다. 인도를 걸어도, 장갑을 껴도, 심지어 이름 길이에도 요금이 부과됩니다. 공원 이용 요금 탓에 시민단체들은 시위도 하지 못합니다. 시장은 Fee, 즉 요금이라는 단어를 선거 구호로 삼고 그 의미가 자유, 평등, 즐거움이라고 주장합니다.

주인공은 시에서 요금을 매기는 공무원입니다. 그에게는 만사에 요금이 붙는 것이 너무 당연한 일입니다. 심지어 좋아하는 아가씨가 생겨도 그 요금을 산출하려고 합니다. 그녀의 모습이 계속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요금을 책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정신병 수준이지만, 그에게는 그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그는 이벤트 당첨 덕분에 시 바깥의 산으로 여행을 갔을 때, 소음세라던가 길 요금이 없는 바깥 세상을 특이하다고 여깁니다. 그리고 일출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그 요금 산출을 고민하다가 쇼크로 기절합니다.

주인공과 달리 친구 포는 대출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깁니다. 가계부채의 위협이 심각한 현대 대한민국의 모습을 풍자한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친구가 포프 (교황)으로 이름을 바꾸고 파티에 간다는 것입니다. 벗겨진 정수리라던가 넥타이, 불쑥 튀어나온 배라는 묘사는 전형적인 아저씨인데, 외지 남자들을 노리고 파티에 가는 모양새는 이질적으로 다가옵니다. 바꾼 이름이 교황이라서 더욱 그렇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단지 사회상을 묘사하는 데 그칠 뿐, 구체적인 갈등이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사회상에 대한 아이디어는 신선하고 fee 라던가 pope 같은 반어적인 명명법은 재미있었지만, 그것이 작품의 전부인 느낌입니다. 물론 이러한 설정에서 충분한 지적 유희를 즐기시는 독자 분들이라면 만족스럽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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