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한 작품 공모 공모채택

대상작품: 이산화탄소 결혼식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주디, 19년 3월, 조회 51

삼림님의 <이산화탄소 결혼식>은 우리가 지나온 역사 속 어느 시간과 맞닿아 있다. 누군가는 이 시간을 그리고 있는데 그 그림이 하나도 누군가의 붓터치가 아니라 마치 역사 속 어느 찰나의 시간을 기록해 놓은 사진과 닮아있다. 비릿한 내음의 이야기들이 한가득한 그들만의 세상. 획을 긋는 듯한 동시에 누군가는 그들의 이목과 그들의 입을 한 곳으로 모으기에 언행일치의 행동으로 그들을 제압한다.

 

개개인의 삶은 국민 모두가 자신이 생각하고자 하는 것들을 어느 장벽없이 말할 수 있는 자유를 추구할 권리가 있지만 누군가에게 권력이 손에 쥐어지면 색색깔의 색을 내기 보다는 한가지 색을 내기를 원한다. 이전의 암흑이 도래한 시기. 누구보다 장벽이 존재하지 않아야 할 예술가들은 다시 보이지 않는 벽 속에 가두어진다.

 

자신이 작가로서 마지막으로 쓰는 것은 바로 붉은 글자의 <절필>, 그것으로 모두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안으로 낱말들이 물방울 똑똑 떨어져 방울방울 고여 들더니 어느 틈엔가 낱말들이 구가 되고, 문장이 되고, 문단이 되고, 그것들이 점점 늘어나 어느덧 앞뒤가 분명한 하나의 이야기 형상을 띄고선 그의 입으로 흘러나왔다. 깊은 묵상을 거듭난 종교적 체험처럼, 그의 입에서 방언처럼 문장들이 쏟아졌다. 한동안은 절로 져 나오는 낱말들을 막아보려고 이마에 땅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로 이를 악물어보고, 이가 흔들릴 지경으로 수건 재갈을 물어보고, 잠이라도 들면 괜찮을까 해서 동이 틀 때까지 수백 수천 마리의 양을 세어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토록 매순간 번번이 정신의 칼날을 세워두는 게 쉽지 않았다. 집중이 흐릿해지는 순간 머릿속으로 범람하는 망상처럼 그의 입에서 낱말들이 쉴 새 없이 흘러 나왔다.

 

그들은 미묘하게도 보이지 않게 그들을 가둔다. 언행일치의 말처럼 글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는 문행일치의 법은 창작자로 하여금 윤리의식을 개조하고자 마련된 것이지만 그것은 또하나의 족쇄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법이 만들어낸 아이러니를 작가는 온몸으로 글자를 느껴낸다. 마치 시작적 이미지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처럼 해일같은 파도가 선명하게 색깔을 드러낸다. 마그리트의 그림처럼 어디가 역사적인 펙트고, 어디까지가 작가가 그려낸 이야기인지 시작과 끝을 모를만큼 삼림님의 글을 서예를 하듯 굵은 선 하나를 깊고 빠르게 그려냈다. 강한 이미지들이 머릿속에 훅하고 그려지는 듯 하면서도 그들이 만들어낸 이야기 사이로 그들의 업이 만들어낸 이야기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작품이다.

 

다만, 글을 읽으면서 아쉬운 점이라면 문단 사이 뛰어쓰기가 되어 있지 않아 글을 읽으면서 많이 불편했다. 다음 작품을 쓰실 때는 글을 읽는 사용자의 편의성도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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