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촛불 하나 의뢰(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아이스크림은 빨간색으로 (작가: 유권조, 작품정보)
리뷰어: 까막이, 17년 3월, 조회 80

감사하게도 유권조 님께 의뢰를 받아 「아이스크림은 빨간색으로」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원고지 48매의 줄거리부터 정리하면, 사회적•경제적으로 아직 성숙하지 않은 연인의 냉혹한 버팀을 그리는 이야기입니다. 짧은 이야기지만 장면은 많습니다. 과거 회상은 없고, 배경 설명은 딱 필요한 만큼만 있습니다. 사실적이면서 간결하고 절제된 묘사와 전반적으로 차분한 흐름은 가랑비에 옷 젖듯 읽는 이를 빨아들입니다. 그러면서도 이 짧은 글 곳곳에 갈등이 심어져 있어 묘한 긴장감도 놓치지 않습니다. 「아이스크림은 빨간색으로」는 유료(1G)입니다. 아마 유료를 결정하기 전까지 대단히 깊은 고민과 퇴고의 수고가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처음 받는 의뢰 자체도 부담이었지만, 사실 도입부를 읽으면서 든 생각은 ‘야단났다’였습니다. 미성년까지도 연상되는 젊은 연인의 꽁냥꽁냥한 로맨스는 제 취향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읽다 보니 잔잔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음울한 분위기가 다 읽을 때까지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다 읽고 나서 작가의 말에서 추천하신 영화까지 검색해 살펴 보니, 가만히…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내가 저들의 입장이라면?’ 하고 말이죠. 이걸로 된 거 아니겠습니까? 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에 대한 보다 세밀한 이야기가 하고 싶어집니다. 왜 ‘아이스크림은 빨간색‘이어야 할까? 이야기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소품으로 하필이면 빨간색 아이스크림(수박바, 그것도 한겨울에)이 사용된 건 아무래도 무언가의 상징, 혹은 복선이겠죠. 특히나 이 글은 단편이니까요. 그뿐 아니라 유리가 아이스크림을 찾을 때마다 잇몸에서는 피가 납니다. 유리는 ‘작년’에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같은 시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임신중절수술을 받았고요. 잇몸에서 피가 나는 원인을 검색해 보니 비타민 부족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임신 중에도 출혈이 있을 수 있다던데, 유리의 출혈과 수박바가 의미하는 것이 단순히 영양결핍을 의미하는 건지, 아니면 또 한 번의 임신을 뜻하는 건지… 결론은 내리지 못했습니다. 좀 쓸데없는 데 지면을 할애한 건 아닐는지요. 그렇더라도 글에 대한 관심으로 봐주시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스티븐 킹의 소설 중에서 『조이랜드』를 가장 좋아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분위기입니다. 유권조 님의 「아이스크림은 빨간색으로」가 그런 류의 분위기였습니다(지극히 주관적인 평가니 양해를…). 그러고 보니 앞서 접한 「성모 좀비 요양원」도 비슷한 분위기였죠. 아무래도 기회가 되면 유권조 님의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리뷰를 마칩니다.

유권조 님, 의뢰 감사드리고,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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