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내’가 상상하던 상황 속 주인공이 된 ‘현재의 나’를 마주하다. 감상

대상작품: 펭귄은 날 수 없지만 괜찮아 (작가: 펭펭, 작품정보)
리뷰어: 당근, 19년 1월, 조회 72

어린 시절 번쯤은 상황극에 빠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는 유별나게 혼잣말 하기를 좋아했다. 초등학생 당시,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험난한 모험 길이었다. 횡단보도의 흰색만 밟는 같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바닥은 순식간에 용암이 흐르고, 빠르게 흐르는 물살 사이로 상어의 무시무시한 이가 반짝이는. 지금 생각하면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지만, 상상에 힘을 실어주는 가로수였다.

집으로 가는 길엔 유난히도 가로수가 많았다. 단풍나무나 은행나무처럼 내가 알고 있는 품종은 아니었다. 그러나 가로수들은 내가 묻는 말에 따라 나뭇잎을 흔들어 보였다. ‘여기부터는 물의 나라야. 그렇지, 나무야?’라고 혼잣말을 시작하면 거짓말처럼 나뭇잎은 흔들렸다. 마치 손짓을 하는 것처럼. 지금 생각하면 이보다 바보 같을 없지만, 나는 오래나무와 마음이 통하는 사람역할에 빠져 있었다. 

플랫폼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상상력의 한계와 마주할 때가 있다. 모든 사람이 겪은 삶의 내용은 다르기 때문에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나, 스토리 자체의 설득력이 떨어지면 집중하기 어렵다. 그러나 <펭귄은 없지만 괜찮아> 조금 특별하다. 어린 시절 내가 빠져있던 상황과 상황을 믿지 않는 현재의 내가 주인공이 듯한 이야기에 순식간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당장 귀여운―아, 실은 너무도 용맹스럽지만― IPU 펭귄을 마주한다면 나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거짓말 같은 상황을 받아들이고 작품 주인공처럼 소설의 이야기를 바꿀 것인가. 작품 이야기를 가볍게 받아들일 독자들도 있겠지만, 나는 조금 다르다. ‘과거의 받아들이는 순간 펼쳐지는 동화 같은 해피 엔딩을 잊고 살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보게 됐다. 부끄러운 과거일 있지만, 그런데도 이렇게 리뷰에 흑역사 남기는 것은 ‘IPU 내게도 행복한 미래를 선물해주지 않을까?’라는 역할극에 다시 빠져보기 위해서다.

맛있는 해산물을 냉장고에 잔뜩 넣어둘 테니 언제든 찾아와도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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