쌔한 사이언스 픽션 좋아하시면 꼭 읽으세요 여러분.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스토아적 죽음 (작가: 비나인, 작품정보)
리뷰어: 늘보나모, 19년 1월, 조회 133

음 댓으로 남기려다가 너무 길어져서 리뷰로 올립니다. 원래는 댓이었어서 좀 많이 중구난방이에요… 이런.

 

스포일러 주의! 미스터리가 풀리고 또 풀리는 소설이라 스포일러를 보시면 안되십니다!

여러분도 읽어보세요 재밌어요. 특히나 담담한 척 하는 잔인하고 쌔한 사이언스 픽션 좋아하시면 꼭 읽으셔야 합니다들.

(네… 그게 접니다.)

 

 

모순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휙 도입된 기술로 괴물처럼 자라나버린 사회에의 묘사가 여러 층으로 노답이면서도 웃펐습니다. 거기다 더해서 감정의 회오리가 혼란하고도 강렬했습니다. 아마 (sf라는 점에서) 뻔한 내용이 아니라서 한층 그랬던 것 같네요.

스토아계(+하드sf적 디테일까지)라는 실과 그 사이로 드러나는 감정이라는 실을 이렇게 쫀쫀하게 꼬시다니 sf로서도 심리묘사의 소설로서도 우와예요. 참으로 여러가지 인상을 동시에 주는 소설이네요.

명확한 기대를 갖게 하는 시작이라는 점부터 좋았고요, 심스가 증언을 시작는 중반에 턴하면서 sf로서의 또다른 내용을 그제서야 내놓기 시작하는 것도 음 뭔가 명확한 느낌이라 좋았습니다. 그 다음 호르몬조절을 안하기 시작했을 때도 한 번의 턴이 명확하고요, 그리고 ‘모든 진실이 드러난 후’에 나집이 취하는 행동까지의 연결도 좋습니다.

풍자롭게 완전 개웃기다가 과거의 인간이 오면서 무시무시하게 무거운 감정을 암시하고 (가령 데이빗의 증언이 갖는 무게변화) 이야 정말 멋진 낙차예요. 이 소설은 200년 전과 후의 낙차를 제대로 이용하고 있죠…

문체도 특징이 있으면서(일단은 풍자적이랄까요) 깔끔하고,

디스토피아인지 아닌지 미묘한 미래상을 디테일한 설정으로 전달하고, 근데 그 설정이 피라미드 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쌓는 과거 동양 위정자들도 생각나고 해서 설득력이 있었어요. 스토익함을 자연하지만 오히려 더 충동적인 면모를 보이는 비서에게 의존하면서도 모두 자신의 윤리라고 하는 아니 이런 캐릭터를 잘도 그리시네요. 나아가 데이빗이란 인물도요.

다면적으로 그려진 성착취적 연인관계가 많은 것을 담고 있었고요… 지금껏 소설로 읽어본 묘사 중에 가장 뛰어났던 것 같습니다.(사실 좀 미묘할 뻔 했는데, 그래도요) 댓글에서 글쓴이께서 ‘가슴답답함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라고 하셨는데, 저런 소재를 다루는 글 중에서는 오히려 답답하지가 않았습니다. 심스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생에 대한 강한 열정과 존중이 잘 드러나고 있었기 때문에요. 첫 문단이 필요했던 이유도 알겠고요.

모든 부분이 다 설득력이 있었어요.

다만 (윌리가 등장한 장면들 자체는 다 흥미로웠는데) 엔딩에서 윌리가 등장하면서부터, 납득은 가는 엔딩이지만 글빨이 비교적 약하고 방향이 다소 흩어진 느낌인 게 아쉽네요. 혹시 조금 보강하신다면…?! (심스에게 엔딩을 주세요 ㅜㅜ)

고증 기반이 있는 sf장치를 이용해 만든 뛰어난 심리묘사가 짱짱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질문: 혹시 제목은 처음부터 생각하셨나요, 그러니까 엔딩을 염두에 두시고 쓰셨나요 아니면 마지막에 찾아내신 엔딩인가요?

덧붙임: 뒤가 너무 비극적이라 까먹고 있었는데 앞에 웃긴 것도 진짜 웃겨요(개그라기보단 풍자로서로). 그러니 한번에 읽으면 섞이어서, 앞에서 주는 인상이 그만 흐릿해지고 말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장편연재로 해서 조금 나눠서 올리셔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신다면 바야흐로 엔딩보정할 공간도…! (사심입니다) 글쓴이께서 또다른 작품도 올리셨던데 그것도 그렇게 나누셔도 될 거 같아요.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