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인형과 사람들은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라 보기에는 조금 아쉬운, 뒷 이야기가 궁금한 작품이었습니다. 한 편의 영화처럼 이야기가 전개되고, 호흡과 호흡 사이를 상상으로 메워가는 일이 무척 즐거웠습니다. 정제된 문체와 여운을 남기는 마무리가 인상 깊었지만, 세 사람의 풀지 못한 이야기가 아직 더 남아있다면 듣고 싶네요.
이야기는 성희, 언사, 만의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스토리에 흡인력이 있고 분위기가 매력적입니다. 사람처럼 움직이는 고운 광대인형 창, 창의 형제이자 아비인 언사, 아름답고 외로운 성희, 이상과 후회를 간직한 만. 바닥에 뒹구는 알록달록한 창의 장기들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만은 창의 몸을 갈라 무엇을 확인하고 싶었을까요? 성희를 향해 내민 두 손을 보고도 언사를 살려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곧 떠날 성희를 위해 언사를 살려둔 것이 아니었을까, 천천히 곱씹으며 상상해봅니다.